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병언 전 회장 시신 부패가 심해 사망원인 규명에 실패했다고 밝히면서 검찰과 경찰의 초동대처 미흡에 다시 한 번 거센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25일 "독극물 분석, 목과 가슴 등 질식사, 지병 등에 의한 사망 가능성, 멍 등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 등을 모두 분석했지만, 시신 부패로 내부 장기가 소실돼 사인을 최종적으로 판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인 감정에 참여한 이한영 중앙법의학센터장 역시 "일반적인 부패 시신이라도 사인 규명이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유 전 회장은 너무 많은 조직이 손실돼 사인을 규명할 만한 실마리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과수가 유 전 회장의 간과 폐, 일부 근육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독극물 실험을 한 결과 특이한 반응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의 사망 가능성을 배제하고, 유 전 회장 변사체가 신고됐어도 안일하게 대응한 검경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5일 검찰이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을 급습할 때 유 전 회장이 도주했고, 이 사실을 검찰과 경찰이 서로 공유만 했어도 유 전 회장 검거 혹은 시신 조기 발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12일 유 전 회장 시신이 처음 발견될 당시 법의학자가 동행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국과수 발표에 함께 한 박종태 전남대 법의학 교수는 "1차 검시 때 그냥 경찰만 가서 경찰 시각으로만 현장을 봤다"며 "법의학자들이 같이 갔다면 현장에서 또다른 의견이 개진될 수 있었다"고 한탄했다.
법의학자가 동행했다면 시신이 단순 행려병자로 분류돼 냉동고에 40일간 방치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구더기와 부패균 간접 비교를 통한 사망 시점 등의 추정도 가능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