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뮤지컬 '프리실라'…왜 가슴이 먹먹해졌을까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리뷰] 히트팝에 어깨 '들썩', 여장한 배우들 열연 돋보여

뮤지컬 '프리실라'의 한 장면. 사진=황진환 기자

 

흥겨운 무대였다. 공연 내내 박수와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화려한 무대였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무대는 세상의 모든 색깔을 모아놓은 듯 눈부셨다.

뮤지컬 '프리실라'는 버나뎃(조성하, 고영빈, 김다현), 틱(마이클 리, 이지훈, 이주광), 아담(조권, 김호영, 유승엽) 등 3명의 드랙퀸(Drag Queen : 여장남자)이 카지노 쇼를 위해 사막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1994년 개봉한 동명의 호주 영화가 원작이다.

성 소수자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작품의 분위기는 유쾌하고 즐겁다. Like a Virgin(마돈나)과 Hot Stuff(도나 서머), I Will Survive(글로리아 가이너) 등 70~80년대를 풍미한 히트팝이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맘마미아' 이후 가장 볼 만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설도윤 제작사(설앤컴퍼니) 대표의 말이 납득이 갔다.

500벌의 의상, 60개의 가발 등 수시로 바뀌는 의상은 패션쇼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고, 3만 개의 LED 조명이 반짝이는 버스 '프리실라'는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짙은 메이크업과 코르셋 착용을 감수하고 여장남자 역할을 그럴싸하게 해낸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즉흥적이고 끼가 넘치는 '아담' 역의 김호영은 맞춤옷을 입은 듯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버나뎃' 역의 조성하는 뮤지컬 초짜임에도 노련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연기파 배우답게 툭툭 내뱉는 욕설이 감찰맛 났다.

'틱'을 연기한 마이클 리는 게이와 아버지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을 특유의 감성으로 소화했다. 다만 부정확한 한국말 발음 때문에 극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린 것이 옥에 티였다.

화려한 무대와 친숙한 히트팝이 뮤지컬 '프리실라'의 전부는 아니다. 배우들과 함께 150분간의 여정을 마치고 종착지인 앨리스 스프링스에 도착할 즈음이면, 관객은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한다.

불현듯 찾아온 사랑에 설레고, 떠나간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버나뎃과 내 아이에게는 멋진 부모이고 싶은 틱, 그리고 내면의 상처를 남들에게 들키기 싫어하는 아담의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LG아트센터에서 9월 28일까지.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