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선생님과 친구를 잃은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1박 2일의 도보 행진을 마치고 16일 국회에 도착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생존 학생 46명과 학부모 10명 등 56명은 전날 오후부터 꼬박 12시간 넘게 걸은 끝에 이날 오후 3시 30분쯤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이르렀다.
이들은 전날 오후 5시쯤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세월호 생존 학생 도보행진, 우리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 진실을 밝혀주세요'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이렇게 행진이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친구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행진 이유를 밝혔다.
행진 대열은 일반 시민이 가세하면서 16일 국회에 도착할 무렵에는 200명 가까운 규모로 불어났다.
박수를 치고 음료수를 건네며 학생들을 격려하던 시민들은 아직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못한 학생들까지 거리에 나선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공릉동에서 온 주부 정운영(여, 49) 씨는 "이 아이들과 우리가 이 더위에 나와 걸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나도 고3짜리 아들이 있는데 내 아들이 만약 그렇게 됐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엄마로서 아픔을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달려온 김경민(48) 씨는 "숨진 애들이나 살아남은 애들이나 아무 잘못이 없는데 어른들이 진상 규명을 못 해서 거리로 나와서 행진한다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1박 2일 도보 행진에 나선 단원고등학교 2학년 생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16일 오후 목적지인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도착하고 있다.단원고 학생 46명과 학부모 10명 등 56명은 지난 15일 오후 5시 수업을 마치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을 향해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박종민기자
희망연대노조 씨앤앰 비정규직지부 임정균 정책부장은 "노사문제로 파업을 벌이던 중에도 소식을 듣고 파업을 잠시 중단하고 행진에 참여했다"며 "어른들의 잘못으로 피지도 못한 꽃이 졌는데 마음이 아픈 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 정문 앞에 도착한 학생들은 마중을 나온 유족들을 마주하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지난 14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이날로 사흘째 단식농성을 이어온 유족들의 뺨에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학생들은 희생된 친구의 부모님들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고 이날 아침 직접 쓴 격려 편지를 전달했다.
이후 학생들은 행진하는 동안 들고왔던 "잊지 않을게 사랑해",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20140416" 등 추모 문구가 적힌 깃발을 국회의사당 담벼락에 꽂고 준비한 버스 2대에 나눠 탄 뒤 다시 경기도 안산으로 돌아갔다.
한편, 행진이 끝난 후 경찰이 "일반 시민과 구분하기 어렵다"며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국회 출입을 막아 가족들이 이에 항의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가족대책위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중으로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대통령 면담 추진 등 더 강력한 행동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