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나타나는 분쟁이 미국의 약화된 국제적인 파워를 반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팔레스타인, 이라크, 우크라이나,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불안정한 모습이 나타났다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현재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은 1970년대 말 이후 가장 광범위하다고 분석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슬람원리주의자들에 의한 이란 혁명, 미군의 베트남 철수 등으로 국제사회가 회오리에 휩싸인 이후 가장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사회를 긴장시키는 분쟁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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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내전이 진행 중이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새로 시작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대통령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정치지도자들 간 갈등이 발생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도 끝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이달 20일 종료 예정인 이란 핵협상은 성과없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며 이웃 국가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력보다는 미국의 리더십을 앞세우는 외교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분쟁 확산은 오바마 외교정책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에 있는 비평가들과 외국 외교관들은 오바마의 정책이 오늘의 분쟁을 초래했다고 믿기도 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뺀 결정,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 거부 등이 중국, 이란, 러시아 등의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불러 일으켰다고 보는 것이다.
밥 코커(공화)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주 우크라이나 사태 청문회에서 "미국이 종이호랑이처럼 행동하는 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장기간 미국에 안겨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ISIS가 이라크에서 점령지역을 넓혀 가는 것을 지적하면서 오바마와 미국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이 전날 "ISIS가 점령지역에 대한 통치력을 강화한다면 외부로 눈을 돌릴 것이고, 서구 국가와 특히 미국을 바라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던 발언도 곁들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시리아,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에서 외교적 주도권을 미국이 쥐고 있다면서 분쟁을 해결하는 데 미국이 여전히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존 케리 국무장관이 정치지도자들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선거 캠페인 때 미국 군대의 역할을 줄이고 외교적·도덕적 설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군대에 의존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대안으로, 미국의 중동 전쟁을 끝낼 지도자로 자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약속을 지켰지만 비평가들은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동·아시아에서 쌓았던 국가안보 체제가 잠식됐고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그룹에게 길을 열어줬다고 주장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시 형성되는 갈등과 관련해서는 백악관이 미군 주둔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다시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