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없고 폭력만 있는 한국의 대학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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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향해 욕하고 심판 폭행한 연세대 정재근 감독 사퇴

지난 10일 아시아 퍼시픽 대학농구 고려대와의 결승전에서 심판의 판정에 항의 중 욕설·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연세대 정재근 감독이 11일 오후 연세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 감독은 해당 심판에게 죄송하다며 감독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사진=황진환 기자 jordanh@cbs.co.kr)

 



지난 10일 막을 내린 2014 KCC 아시아 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에 참가한 미국 브리검영 하와이대의 켄 와그너 감독은 작전타임이 불릴 때마다 사령탑이라기보다는 선생님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너그럽게 가르치는 데 열중했다.

한국 대학농구의 모습은 어땠을까. 호통은 기본, 욕설은 보너스다. 심지어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심판을 폭행하기도 했다.

대가는 컸다.

지난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고려대와의 대회 결승전에서 심판에게 '박치기'를 하는 등 코트를 폭력으로 물들게 한 정재근 연세대 농구부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재근 감독은 11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 스포츠과학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황인태 심판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연세대 농구 감독직을 사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압박이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재근 감독은 "그런 건 없었다. 이기고 싶은 열망이 강했고 승부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까 우발적으로 과격한 행동이 나왔다. 내 자신이 부족해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답했다.

이어 정재근 감독은 "우리가 페이스가 좋다가 안좋아지다 보니까 내면에 있던 불만에 심판 분께 폭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제 통화하면서 그런 부분을 얘기하면서 정중히 사과했다"고 말했다.

대한농구협회가 중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을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라이벌전이었기 때문에 정재근 감독이 느낀 승리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컸을 것이다. 게다가 연세대는 올해 단 한번도 고려대를 상대로 이겨보지 못했다. 승부에 집착하는 순간 더 이상 학원스포츠의 가치는 없었다.

한 취재기자가 켄 와그너 감독의 예를 들면서 한국 대학농구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정재근 감독은 "제가 흥분하고 성격이 급하다 보니까 부드러운, 애들이 알기 쉬운 얘기보다 말이 너무 먼저 나와서 그런 상황이 된 것 같다. 평소 성격은 그렇지 않다. 승부 때문에 급해진 것 같은데 선수들에게도 죄송하다. 미국 감독처럼 부드럽게 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정착되면 좋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비단 정재근 감독 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대학농구 더 나아가 아마농구 경기에서 작전타임이 요청된 벤치는 호통과 욕설(그나마 TV 중계가 이뤄지는 경기에서는 욕설이 없다)이 끊이질 않는다. 한국 농구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문제의 심판 폭행, 왜?

☞연세대 정재근 감독의 박치기 영상 보러가기 (출처-점프볼)

연세대가 77-80으로 근소하게 뒤진 연장전 중반 허훈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박인태가 골밑에서 오픈 기회를 잡았다. 박인태가 슛을 시도하려는 순간 고려대 이승현이 다가가 손을 뻗었고 박인태의 슛은 림에도 맞지 않고 불발됐다.

이어 고려대가 리바운드를 따내자 정재근 감독이 불 같이 화를 냈다. 바로 앞에 있는 심판을 밀치며 주먹으로 때리려는 시늉을 했고 또 다른 심판을 향해서는 아예 '박치기'를 하며 밀쳤다.

심판은 정재근 감독에게 퇴장을 선언했다. 고려대는 퇴장에 따른 테크니컬 자유투 4개를 얻었고 이승현이 자유투 4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사실상 여기서 승부가 결정됐다.

연세대는 4쿼터 중반까지 고려대에 앞서갔다. 그러나 4쿼터 막판 연이은 실수 탓에 75-75 동점을 허용, 승부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축 빅맨들이 전부 파울트러블에 걸려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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