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브라질월드컵의 부진한 성적을 홍명보 감독 한 명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황진환기자
홍명보 감독의 의리 논란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대한축구협회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명보 감독의 재신임 의사를 밝혔다. 홍 감독 본인의 사퇴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협회가 이를 만류하고 원래 예정된 내년 아시안컵까지 홍 감독의 임기를 보장한다는 것이 주된 발표 내용이다.
축구협회를 대표해 기자회견에 나선 허 부회장은 "현재 협회와 홍명보 감독에게 쏟아지는 모든 질책을 달게 받겠다. 겸허히 수용하고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면서 "다만 협회는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다. 모든 책임을 홍 감독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홍 감독이 벨기에전 직후와 정몽규 회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두 차례 대표팀 감독 사퇴 의사를 밝혔다"면서 "사퇴의사가 완강했지만 회장님의 설득에 다시 한 번 한국 축구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헌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허 부회장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탈락한 감독 대부분이 부진한 성적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결정한 가운데 홍 감독 역시 같은 의사를 밝혔지만 협회가 만류한 것이 한국 축구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떠나겠다는 홍 감독을 붙잡은 이번 결정은 월드컵 전부터 홍역을 앓았던 축구대표팀을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으로 밀어 넣는 결정이 될 수도 있다. 부진한 성적의 책임을 감독과 협회가 함께 나누는 모습을 통해 둘의 관계가 자칫 의리논란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의 예정된 임기를 보장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허 부회장은 "대표팀 수장이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홍명보 감독을 계속 신뢰하고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홍 감독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월드컵은 실패했지만 져본 사람이 승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에 대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질된 차범근 전 감독이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대표팀 재건에 나섰던 조광래 전 감독이 월드컵 예선에서의 부진한 성적을 이유로 물러난 것과 비교해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