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지난 4월 중순 인근 슈퍼에서 떠먹는 아이스크림 한 통을 구입했다. 분명 냉장고에는 '50% 할인'이라고 붙여져 있었는데 주인은 5500원을 청구했다. 즐겨 먹는 제품이라 가격이 5500원인 것을 알고 있었던 이 씨가 할인 적용이 안됐다고 지적하자 가게주인은 "원래는 1만1000원인데 반값으로 파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원래 가격을 모르는 사람들은 '세일'이라는 말만 믿고 구입할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사는 김 모 씨는 아이스크림 할인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아이스크림을 50~80%까지 할인한다고 광고하는 마트를 찾아 바, 콘, 슬러시 등 종류별로 구입했다. 할인이 적용됐지만, 총 1만9050원이 나와따져 보니 권장소비자가가 적힌 몇몇 제품은 세일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김 씨는 "제품에 가격이 없으니 할인을 받는 건지 바가지를 쓰는 건지 알게 뭐냐"며 푸념했다.아이스크림업체들이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수법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고질적인 '반값 아이스크림' 상술을 부추기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아이스크림의 가격 표시율은 35% 수준에 그쳤고 이중 5개 제품은 권소가 표시제품과 미표시 제품이 시중에 같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 등 빙과 4사의 아이스크림 40개(제조사별 10개씩)를 대상으로 가격표시 실태를 확인한 결과 권장소비자가 표시 제품은 총 14개로 35%에 불과했다고 2일 밝혔다.
권장소비자가 표시를 금지한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2011년 8월에 폐지 된 지 3년여가 흘렀지만, 아직도 가격 표시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4개사 중 권장소비자가 표시율이 가장 저조한 곳은 롯데푸드였다. 롯데푸드의 조사대상 10개 제품 모두 가격표시가 전무했다.
빙그레는 10개중 2개 제품 (참붕어싸만코, 투게더)로 20%, 해태제과는 10개중 3개 (쌍쌍바, 부라보콘, 찰떡시모나)로 가격표시율이 30%에 머물렀다. 롯데제과는 빙빙바를 제외한 고드름, 더블비안코, 설레임 등 10개중 9개 제품(90%)에 가격을 표시해 가격 표시율이 가장 양호했다.
그러나 이들 중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각사 대표제품, 설레임(롯데제과), 월드콘(롯데제과), 참붕어사만코(빙그레), 투게더(빙그레), 부라보콘(해태제과)등 5개 제품은 권장소비자가 표시 제품과 미표시 제품이 시중에 함께 유통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제조사들이 유통업체들의 '입맛'에 맞춰 선별적으로 가격표시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격표시가 없는 제품은 유통업체들의 '반값' 마케팅 등 기만적 상술에 종종 악용된다. 소비자는 권장소비자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조차 없이 '50% 할인', '1+1'이라는 저가마케팅에 현혹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가격 표시가 없는 제품의 경우 600원 짜리가 50% 할인 제품으로 둔갑해 그대로 600원에 판매되거나, 1200원짜리 제품을 두고 1500원에서 300원을 할인해 주는 것처럼 판매되기도 한다.
또 이같은 행태가 지속될 겨우 제대로 된 제품 가격이 없기 때문에 업체들이 가격을 슬그머니 올리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인지하기 어려워 아이스크림 가격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친숙한 제품 및 신제품 위주로 권장소비자가를 표시하고 있지만, 판매처에서 가격표시를 원치 않는 경우도 많아 권장소비자가 표시를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반값 아이스크림'등 과대광고 문제가 부각돼 오픈프라이스제가 폐지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권소가 표시가 미미한 수준"이라며 "제조사들이 권소가를 표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유통업체들의 기만적 상술을 부추겨 소비자 피해를 키우는 만큼 적극적으로 강제할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서울지역 성동구 성수동, 강남구 개포동, 노원구 상계동, 강동구 천호동 등 4개 지역의 대형마트, 편의점, 개인슈퍼 12곳에서 구입한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