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 윤창원기자
"왜 내가 공직에 있어야 하는 지 모르는 사람이다"
정홍원 총리가 총리직을 계속하기로 결정한데 대한 비판이 법조계 내부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대통령이 간곡하게 부탁과 당부를 한다해도 총리직 재수행을 받아들이는 것은 공직의 신성함과 엄중함을 너무 경시하는 처사라는 비판 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유임 결정에 대해 "저는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가 계셔서 새로운 각오 하에 임하기로 했다"며 총리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대해 전직 검찰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이미 사표 수리 의사를 밝힌 사람을 다시 총리로 유임시키는 것도 '해괴한 일'이지만 '그만 둔다'고 한 사람이 다시 그 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나선 것도 공직자의 도리가 이니다"라고 개탄했다.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한 번 진퇴를 분명히 결정했으면 그대로 행동해야 하는데 자리에 욕심 부리는 사람으로 보여 "너무 처참하고 비굴하다"는 것이다.
다른 법조인 관계자도 "김황식 전 총리나 정홍원 총리 등 법조인 출신의 고위 공직자들의 경솔한 처신으로 법조계에 대한 국민 인식이 더 악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재산 축적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인사청문회에서 털리고 있는 마당에 소신과 지조마저 상실한 법조인들의 처신을 보면서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냐는 것이다.
특히 정 총리가 본인은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때문에 유임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할 뿐 자리 탐욕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높다.
현직 법원 관계자는 "총리든 장관이든 사의를 표명하고 사표를 제출하면 사표 수리와 관계없이 출근을 하지 말고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야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표 제출 의사를 국민에게 밝히고 임명권자의 사표수리 방침까지 공개됨으로써 '이미 공직에서 마음이 떠난 사람'이 계속 출근하다가 또 총리직을 수행하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는 것이다.
더욱이 정총리는 3백여명의 희생을 가져온 세월호 대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다시 총리직을 유임한다면 그 '정치적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관련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 총리의 경우, 사표수리가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유임한다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새로운 총리 후보자가 두번이나 지명됐던 행위를 보면 정치적 비판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