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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도 없이 '승정원일기' 등 국보급 문화재 수백건 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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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 복원 1인자' 문화재청 전문위원도 입건

승정원 일기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월인석보', '태조어진', '승정원일기' 등 국보급 문화재를 자격증도 없이 수리하면서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무등록 문화재 수리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 중에는 '서화류 복원 1인자'로 불리며 각종 국보·보물 수리를 맡아왔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이자 A 문화재보존연구소 대표인 박모(53, 여) 씨도 포함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하도급을 받거나 자격증을 빌리는 수법으로 정식 허가 없이 국보급 문화재를 수리해 온 혐의(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문화재 수리를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기술능력과 자본금을 갖춘 뒤 소재지 시·도 지사에게 허가를 받아 보존과학등록업체로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박 씨 등 4명은 이러한 자격도 없이 보존과학등록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거나 자격증만 빌려 문화재를 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1994년부터 문화재보존연구소를 운영해 오면서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박 씨는 국보 317호 '태조어진', 국보 303호 '승정원일기' 등 239점을 자격증도 없이 수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보존과학등록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문화재를 수리해 2009년부터 최근까지 13억 8,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문화재청, 고궁박물관의 제한입찰에 참여해 문화재공사를 수주받기도 했고, 2011년 서울대학교 규장각도서 승정원일기 수리복원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격증이 있어야만 하는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 문화재업체 대표 정모(51) 씨 등 역시 문화재수리기술사 자격증을 대여받은 뒤 문화재를 불법으로 수리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박 씨 등에게 문화재 수리 하도급을 맡긴 보존과학등록업체 대표 전모(46) 씨와 문화재 수리자격증을 불법 대여한 김모(60) 씨 등 22명 역시 불구속 입건했다.

전 씨 등은 2012년 청주시청에서 보물 1258호 '보살사 영산회괘불' 보존처리 공사를 1억 2,700만 원에 낙찰받은 뒤 박 씨 등에게 하도급을 주는 대가로 공사대금의 20~30%를 커미션으로 챙겨왔다.

경찰은 이들이 모두 4억 1,000만 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무등록 업자 손에 수리가 맡겨진 문화재가 훼손된 정황이 있지만, 훼손 여부를 판단할 공인된 기관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관행처럼 이어져 온 불법 하도급 문화재 수리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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