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은 경기 전 국가가 연주될 때 다른 참가국에 비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박종민기자
월드컵 출전 역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장도에 올랐습니다. 앞으로 한 달간 이들과 함께 미국과 브라질을 누비는 동안 미처 기사에 싣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를 [홍명보호의 깨알 같은 이야기, 오해원의 깨톡(TALK)]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있는 힘껏 큰 목소리로 국가를 부르는 모습입니다. 일부 국가는 경기 전 연주되는 국가에 경건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큰 소리로 자신의 국가를 부릅니다.
어떤 선수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신나게 국가를 부르는가 하면, 어떤 선수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국가를 부르다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만 하더라도 북한 축구대표팀의 일원으로 월드컵에 출전했던 정대세(수원)가 눈물을 흘렸던 모습은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장면입니다.
이번에도 코트디부아르의 미드필더 세레이 디에(FC바젤)가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의 벅찬 감격에 뜨거운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습니다. 디에가 우는 모습이 얼마나 인상 깊었으면 외신들은 디에가 경기 2시간 전 부친상 소식을 전해 듣고 우는 것이라고 잘못된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했을 정도입니다. 결국 디에 본인이 부친상이 아닌 월드컵 출전의 감격 때문에 울었다고 해명하며 해프닝이 마무리됐습니다.
국가를 소리 높여 부르는 장면을 과도한 민족주의(내셔널리즘)이라고 비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이 어떤 무대인가요. 월드컵 그 자체가 민족주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현장입니다. 월드컵에 나서는 선수들의 가슴에는 자국 축구협회를 상징하는 휘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가 자신의 소속팀이 아닌 국가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4년 혹은 그 이상을 기다려 월드컵 무대에 나선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서로의 국가를 목 놓아 부르는 장면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굳은 결의를 다지는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더욱이 경기장에 모인 각국 팬들도 함께 부르는 국가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러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홍명보호' 선수들에게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이 점입니다. 경기 전 아레나 판타나우에 애국가가 울려 퍼진 가운데 목 놓아 애국가를 부르는 우리 선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일부 선수가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소리 높여 부르는 선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외국 선수들의 사례를 우리 선수들에게 직접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를 대표해 전 세계의 큰 관심을 받는 국제무대에 나선 선수들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