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의 간판 공격수 브라이언 루이스는 완벽한 수비를 보여준 동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무너뜨렸다.(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제공)
흔히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 유력한 후보를 '언더독(underdog)'이라고 한다. 이는 투견에서 유래된 영단어로 싸움에서 패한 개가 승리한 개의 아래에 깔린 모습에서 착안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이 단어는 분야를 막론하고 승부나 경쟁에서 분명한 약자를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인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중에는 경쟁국과 비교하면 분명한 약체로 분류된 국가들이 여럿 있다. 흔히 미국과 멕시코를 제외한 북중미와 아시아 국가를 월드컵에서는 '언더독'으로 분류한다. B조의 호주나 D조의 코스타리카, E조의 온두라스, H조의 한국 등이 브라질월드컵에서 '언더독'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D조의 코스타리카는 이번 대회가 최고의 죽음의 조에 끼는 불운이었다. 월드컵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세계랭킹 7위 우루과이와 9위 이탈리아, 10위 잉글랜드 사이에 28위의 코스타리카가 포함됐으니 그들에게는 당연히 죽음의 조라는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보기 좋게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았다. 패배가 유력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다. 1차전에서 우루과이를 3-1로 꺾은 데 이어 이탈리아와 2차전에서도 1-0으로 승리했다. 남은 잉글랜드전의 결과와 관계없이 2승으로 16강행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2패로 일찌감치 월드컵 출전 사상 최악의 결과에 고개를 떨궜고, 마지막 3차전에서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강력한 수비와 확실한 역습, '언더독'의 확실한 생존법"D조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즐겁다. 황소처럼 용맹하게 싸워보겠다"던 호르헤 루이수 핀투 감독의 호언장담은 사실이었다. 코스타리카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월등히 앞서는 상대들과 싸움에서 당당히 맞선 끝에 값진 승리 소식을 고국에 전할 수 있었다.
콜롬비아 출신의 핀투 감독은 코스타리카의 전설적인 선수들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그 결과 A매치 73경기에서 45골을 넣었던 공격수 파울로 완초페, A매치 130경기 출전에 빛나는 수비수 루이스 마린, 국가대표 경력을 갖춘 골키퍼 루이스 가벨로 코네호 등 과거 코스타리카를 대표하던 선수들이 코치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과거 코스타리카가 월드컵에서 활약할 당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핀투 감독은 스스로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을 롤 모델이라고 부를 정도로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확실한 역습을 노리는 팀으로 코스타리카를 조련했다. 실제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공식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3백을 활용하는 코스타리카는 유사시 5명의 수비수가 가동되는 철벽수비로 북중미지역 월드컵 예선에서 최소실점을 기록했던 단단한 수비를 본선에서도 그대로 활용했다. 확실한 한 방을 해줄 공격수로는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는 공격수 브라이언 루이스(풀럼)와 조엘 캠벨(아스널)이 있다. 이들은 비록 자신의 소속팀에서 설 자리를 잃어 임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국 대표팀에서는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선수들이다. 실제로 이들은 조별리그에서 한 골씩 넣으며 제 몫을 했다.
'죽음의 조'라고 불렸던 D조에서 당당히 살아남은 코스타리카의 선전은 H조에서 객관적인 전력상 최약체로 분류되는 한국에도 좋은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H조 상대국들은 훈련장에 전력분석요원조차 보내지 않을 정도로 '홍명보호'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