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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소녀괴담' 새 세대 위한 '여고괴담'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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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학교폭력의 비극…청각이 주는 공포 인상적

 

한국 공포 영화의 지평을 넓힌 '여고괴담'(1998)은 공포 장르를 활용해 사회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공교육 현장의 비뚤어진 풍경을 들춰냄으로써 개봉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이 영화는 학원 공포물의 대표격으로 자리잡으며 10여 년간 5편의 시리즈물로 관객들과 만났다. 극중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귀신이 스크린 밖으로 뛰쳐나올 듯 성큼성큼 다가오던 모습은 이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으로서 관객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여고괴담이 나온지 16년이 흐른 올여름 개봉을 앞둔 '소녀괴담'에서는 이 장면이 그대로 재현된다. 이는 여고괴담에 대한 오마주로 다가오는데 "시대가 변해 학교 현장의 고민거리도 바뀌었으니 새로운 세대에 걸맞은 여고괴담의 변주곡을 들려 주겠다"고 선언하는 듯하다.
 
귀신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고등학생 인수(강하늘)는 어린 시절 죽은 친구를 봤던 기억 탓에 고향을 떠나 외톨이로 지내 왔다. 외로움에 지친 그는 결국 퇴마사 삼촌 선일(김정태)이 있는 시골집으로 돌아오지만, 일진인 현지(한혜린), 해철(박두식)의 괴롭힘에 전학 온 학교 생활도 순탄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인수는 기억을 잃고 학교를 떠도는 또래 소녀귀신(김소은)을 만나게 되고, 둘은 조금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그 와중에 학교에서는 정체불명의 핏빛 마스크를 쓴 귀신이 출몰한다는 괴담이 떠돌고 인수의 반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사건을 쫓던 인수는 마스크귀신과 소녀귀신 사이에 얽힌 끔찍한 비밀을 알게 된다.
 
소녀괴담은 교육 현장의 왕따 등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 주제를 드러내는 데 있어 몹시 솔직하다. 카메라는 등교하는 인수를 따라다니면서 교문 위에 크게 걸린 '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라고 적힌 현수막과 교내에 비치된 학교폭력 신고함을 비춘다.

교실 곳곳을 장식한 'Good bye 학교폭력' '친구의 눈물' 등의 문구가 들어간 포스터도 그렇다. 이 현수막과 포스터는 뚜렷한 서열 아래 폭력이 난무하는 학생들의 실제 생활과 겹쳐지면서 주제의식을 강화하는 한편, 보이기식 교육 행정을 비꼬는 장치로도 활용되는 모습이다.
 
영화 '소녀괴담'의 한 장면

 

이렇듯 주제를 의도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 대해 성인 관객들 사이에서 은유와 상징의 세련된 표현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겠다. 반면 학교 폭력의 당사자인 청소년 관객들에게는 자신들의 처지를 보다 뚜렷하게 바라보고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요소로 작용할 듯하다.
 
이 영화는 주인공 인수와 소녀귀신의 특별한 우정을 담는 데 남다른 공을 들인다. 섬뜩한 외모의 귀신들이 등장하는 학원 로맨스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들이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담은 신들은 그리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다만 상투적인 이들 장면 장면이 쌓여 극의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천녀유혼'이나 '백발마녀전'에서 느꼈을 법한,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의 감정적 충돌이 주는 애잔함이 잘 묻어나는 까닭이다. 몰입도를 끌어올린 연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단순히 극중 학교폭력의 가해자를 꾸짖거나 피해자를 위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들 모두가 인연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는 전제 아래 화해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려 애쓴 점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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