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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참극, 청와대가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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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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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사설]

친일 역사관 논란에 휘말린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입장 변화 여부에 온 나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출퇴근 때마다 기자들은 똑같은 질문 공세를 펼친다. 자진사퇴 여부다. 당사자인 문 후보자도 괴롭고 지켜보는 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19일에도 문 후보자는 여권의 사퇴압박이 거세다는 질문에 전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청문회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며 자진사퇴 생각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때 문창극 구하기에 나섰던 새누리당마저 입장변화가 분명한데 문 후보자만 뚜렷한 소신으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여당이 등을 돌리면서 청와대도 고개를 젓고 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일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 요구서 재가를 귀국 이후로 미뤘다. 이미 두 차례나 연기했던 사안이다. 그것도 재가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귀국해서 재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자가 버티는 게 눈치가 없어서인지 억울해서인지 미련이 남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알아서 그만둬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사 참극은 문창극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의 청와대와 내각 인사 전체가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하나같이 문제투성이였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 논문 가로채기에 연구비 가로채기 의혹이 제기됐고, 제주 4·3사건을 공산주의 폭동으로 규정해 반발을 사고 있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중복게재 의심을 사고 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과거 한나라당의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직접 연루된 인물이다. 정성근 문화부장관 후보자와 김영한 민정수석도 음주 측정 문제와 음주 폭행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역시 논문표절에 대학 총장 재직 때의 불법수당문제가 불거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를 개조하고 국정을 쇄신하겠다며 발탁한 인물들이 하나같이 이런 상황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체 인사 검증시스템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총리 후보자를 포함한 이 모든 인사의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오직 내 사람만 쓰겠다는 오만과 여론에 귀 막은 독선이 낳은 결과다. 당연히 청와대가 먼저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더이상 이 같은 국정 마비와 혼란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알아서 해결되기를 기다리며 시간 끌기를 해서는 안 된다. 결단을 해야 한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해 분명한 신호를 보내 하루 속히 거취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까지 청문회를 고집한다면 지명 철회를 하는 것이 도리다. 최근 문제가 드러난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앞서 연이어 인사 참극을 초래한 책임을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묻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대체 김기춘 비서실장을 언제까지 싸고 돌 것인가? 대통령과 김기춘 실장은 뗄 수 없는 한 몸이라는 등식을 깨지 않는 한 청와대와 내각의 쇄신은 요원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의식과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국가개조와 적페 철폐는 언감심이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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