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 표시가 붙은 맥도날드 해피밀 슈퍼마리오 장난감. 사진=최승진 기자
“슈퍼마리오 햄버거 어디 없나요?”
7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패스트푸드 점포 맥도날드. 건장한 청년이 와서 ‘슈퍼마리오’ 장난감을 주는 어린이용 햄버거 세트를 찾지만 품절이란 소식을 듣고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관련 상품이 언제 다시 판매되는지 묻는 모습이 노원구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어린이를 위한 맥도날드의 햄버거 세트 ‘해피밀’이 때 아닌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햄버거 세트에 포함된 장난감인 슈퍼마리오다.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의 대표적인 캐릭터를 어린이용 햄버거의 장난감으로 나눠주자 아이가 아닌 어른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원구 맥도날드 관계자는 “슈퍼마리오 장난감이 포함된 해피밀은 처음 판매한 날 모두 팔렸다. 이른 아침부터 어른들이 방문해 사가지고 갔다”고 전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어머니가 아닌 아저씨들이 해피밀을 구입하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 해피밀의 인기는 사실 일찌감치 예고됐다. 앞서 해외에서 이러한 제품을 판매하자마자 날개돋인 듯 팔린 것이다. 이를 두고 인터넷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는 ‘국내 판매를 희망한다’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판매 한 달 전에는 관련 상품 판매를 암시한 전단지가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부에선 이를 가리켜 ‘키덜트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어린 아이의 눈높이로 적극적인 소비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슈퍼마리오의 경우 1980년대 8비트 가정용 비디오게임기로 탄생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미뤄 짐작해보면 30·40대가 이번 해피밀 구입에 적극성을 보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키덜트를 겨냥한 분야는 새로운 산업군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키덜트가 새롭게 문화 소비의 한 축으로 떠오르자 패션, 가전, 생활용품 등의 분야에서 키덜트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으로 상품 흥행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경제·문화 유행을 전망한 보고서에서 키덜트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우리 대표 게임 캐릭터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와 이에 따른 캐릭터성을 강조한 비디오게임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즐기는 가상 게임공간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춘 PC온라인게임이 활성화되면서 대표 게임 캐릭터를 육성하는데 한편으론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번 해피밀 판매가 인기를 끌자 온라인 장터에서는 슈퍼마리오 장난감을 구매하거나 판매하겠다는 개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해외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공동구매한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비싼 값에 판매하고 있어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배보다 배꼽이 커진 격”이라고 지적했다.
*키덜드(Kidult)=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어른 아이를 뜻하는 신조어. 어린 시절 향수를 강하게 간직하고 있는 어른이 나이가 들어도 어릴 적 경험을 되살릴 수 있는 것에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을 지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