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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유쾌 상쾌 통쾌 세상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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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베스트셀러 소설 영화화…재현에 치중·통찰에 바탕 둔 뒷심은 부족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격동의 20세기를 살아낸 '절대 긍정(혹은 절대 체념) 멘탈' 100세 노인의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괘한 인생 역정을 그린 작품이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이미 소설을 읽은 이들은 그 방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영화화 됐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을 테다.

소설을 보지 않았더라도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소련의 무시무시한 지도자 스탈린, 핵무기를 개발한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노인의 이야기라는 데 귀가 솔깃할 것이다.
 
영화는 스웨덴의 작은 도시에 사는 100세 노인 알란(로버트 구스타프슨)이 양로원에 들어가게 된 사연을 담은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양로원에서 100세 생일을 맞은 알란은 창문을 넘어 화단으로 뛰어내린다. 그가 향한 곳은 인근 버스터미널, 그곳에서 알란이 예의없는 청년의 여행가방을 충동적으로 훔치면서 이야기는 본궤도에 오른다.
 
이후 영화는 알란이 여행가방을 되찾으려는 갱단과 그를 수소문하는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며, 자신과 함께할 조력자를 한 명 한 명 만나게 되는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담아낸다.

그 사이 사이에 알란의 내레이션과 함께 과거 100년간 이어진 그의 유별난 행적들이 끼어드는데,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원작 소설의 흐름을 영화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노벨의 나라 스웨덴에서 나고 자란 영향일까. 주인공 알란은 어릴 적부터 폭탄을 다루는 데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 그 기술 하나로 스페인 내전, 미국과 소련간 냉전, 68혁명 등의 역사 속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극 초반 등장하는 늙은 알란이 기르는 고양이의 이름까지 몰로토프(화염병으로 더 잘 알려진 '몰로토프 칵테일'에서 따왔을 것이다)일 만큼 이 영화는 폭탄을 주요 모티프로 활용하고 있다. 20세기가 전쟁과 핵무기로 얼룩진 극단의 시대였으니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설정이리라.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한 장면

 

이 영화의 특징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황당무계한 사건과 사건을 이어붙여 가며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역사 속 저들에게는 몹시도 심각했을 일들조차 알란 앞에서는 한낱 유치한 놀이가 돼 버린다. 다소 터무니없을 만큼 술술 풀려가는 알란의 앞길을 보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소설의 이야기를 압축해 오롯이 그려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원작 소설을 읽은 이들에게는 글로 읽을 때 불확실했던 스웨덴의 삶의 풍경을 영상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소설과는 결말이 다른 만큼 중반 이후 극의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가 원작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영화적 흥미를 제대로 길어 올렸느냐는 물음에는 "그렇다"라고 선뜻 답하기 어렵다. 몇몇 인물이 빠지고 추가되거나, 다수의 사건이 압축되고 생략된 것을 제외하면 영화가 소설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데만 머문다는 인상을 주는 까닭이다.
 
특히 원작에서 알란이 특정 이데올로기 등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는 점을 부각시켰던, 중국 국공 내전에서부터 김일성 김정일 부자와 만나는 한국전쟁, 발리 아궁 화산 폭발 사건까지의 과거 이야기가 영화에서는 통째로 지워진 탓에 이야기의 개연성을 순식간에 무너뜨린다.

수입사에 문의해 보니 이 부분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생략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완성본 자체가 그렇다는 이야기인데, 5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의 이야기를 단순 나열하다보니 나중에 수습 불가능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114분 상영, 6월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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