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여·야지도부가 세월호 사고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들과 면담을 위해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안철수,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윤창원기자
여야가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을 위한 밤샘 협상을 벌였지만 28일 오전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정조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한발짝도 못 움직인다'던 세월호 유가족 80여명은 결국 국회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했다.
여야의 협상은 27일 오후부터 시작됐다. 당초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가 통과되는 것을 참관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유가족들은 여야의 협상에 진척이 없다는 설명에 모든 일정을 중단한 채 여야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박영선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유가족들이 있는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찾아 각자의 입장을 앞세우며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쟁점은 증인의 명시 여부였다. 새누리당은 일단 국조 특위를 가동한 뒤 증인과 대상 기관을 논의하자고 주장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증인 결정을 두고 공전이 예상되는 만큼 미리 증인을 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는 국조 요구서 제출 단계에서부터 이 같은 입장차를 보여왔고, 세월호 유족 앞에서도 좀처럼 양보할 줄 몰랐다.
결국 여야의 원내수석부대표와 국조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2+2' 협상단은 대회의실과 가까운 한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날을 넘겨 진행된 협상에도 여야의 이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믿고 기다리던 일부 유족들은 급기야 회의실로 들어가 "당신들은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꾼이야. 당신 자식이 죽었다고 생각해봐. 이럴 수 있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유족들의 절규에도 새누리당은 협상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재원 원내수석과 조원진 간사가 번갈아 회의실을 떠나거나 두 의원이 모두 회의실을 비우는 일도 잦았다. 협상을 위해 의원회관에 오겠다던 이완구 원내대표는 몇 차례 일정을 미루더니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다.
이에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3시쯤 직접 11층에 있는 조 간사의 의원실로 김 수석과 조 간사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불이 켜져 있는 방 안에서 대답을 하지 않는 촌극이 벌어졌다. 줄다리기 끝에 문이 열리자 박 원내대표는 "어떻게 사람들이 이럴 수 있냐. 어떻게 인간성이 이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박 원내대표의 채근으로 여야의 협상은 재개됐지만 이견은 여전히 컸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증인을 명기하자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비쳤지만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대상 기관 선정 문제를 두고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가정보원과 KBS·MBC 등 일부 기관을 국조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는 "계획서에 다 넣기로 했던 기관 채택 문제로 (새누리당이) 또 저러고 있다. 저분들이 과연 (타결을) 해야겠다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이 간다"면서 "김기춘 비서실장 때문에 못하겠다는 입장으로 시간 끌기를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재원 수석은 '협상에 진전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전은 무슨 진전이 있냐. 지금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여야가 이날 오전 다시 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가운데 유족들은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조사와 관련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유족들은 전날 ▲국정조사특위 즉각 가동▲ 모든 조사대상, 증인, 자료공개, 이를 강제할 방법 채택▲계획서 사전 합의로 본회의와 국조특위 동일 개최 ▲국조특위 개시 직후 진도 실종자 목소리 청취 등 네 가지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