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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이민 간 A씨는 요즘 시원하면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심정이다. 20년 동안 속을 썪여온 빚 보증 문제가 해결됐지만 처리과정에서 해당은행의 무원칙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A씨가 국내 금융사에 근무하던 지난 1996년 직장 상사 B씨의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마이너스 통장대출에 연대보증을 서면서 부터이다. A씨는 보증 1년 뒤 B씨와 함께 은행을 직접 방문해 보증을 해지했다.그런데도 그 이후 20년 가까이 'B씨가 빚을 갚지 않으니 대신 갚으라'는 독촉장이 A씨에게 날아 들어들었다. 그 때마다 A씨는 은행을 방문해 항의했고 은행은 '전산상의 착오였다'며 사과했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올들어서는 법원으로부터 '빚을 갚지 않으면 강제집행 당할 수 있다'는 경고장까지 받게 됐다. A씨는 이번에는 신한은행에 소비자민원을 정식 제기했고, 결국 '채무가 없다'는 확인서를 받아냈다.
20년 가까이 골머리를 앓아온 연대보증 문제가 해결됐지만 A씨는 여전히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A씨는 "은행에 문제를 제기하면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 '채권추심회사에 가서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대답했다"며 "그런데도 갑자기 채무가 없다고 알려와 좀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측은 "은행에 자료가 남아 있지 않는 것은 맞다"며 "A씨의 채권이 은행에서 추심회사로 넘어갔는데 추심회사를 방문해 채무기록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A씨의 채무가 없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이 된 것이냐'는 물음에 "채무액 자체가 소액인데다 A씨가 계속해서 불편을 호소해 추심회사에다 '얘기를 해서' 채무기록을 삭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이어 "A씨가 채무기록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해 놓고도 이제 와서 이런 물음을 하는 것의 저의를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빚이 있는데도 '빚이 없다'고 우기면 빚을 탕감해줄 것이냐"며 "이는 선량한 고객이라면 누구라도 물을 수 있는 질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