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보인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차세대 리더를 뽑는 '선택2014' 편이 모처럼 제대로 된 정치풍자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이날 방송에서는 후보단일화를 위한 멤버들의 이합집산이 코믹하게 그려지며 배신과 음모가 난무한 우리 정치판을 고스란히 한국정치를 통렬히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전여론조사에서 낮은 지지율을 보였던 정준하, 박명수, 하하는 군소후보연합을 만들었지만 이내 자신의 유불리를 위해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지지, 끝내 군소후보연합은 와해됐다. 정준하와 하하는 정형돈 지지를 선언했다.
가족의 사생활 공개를 원치 않았던 박명수는 가족 사생활 방송을 공약으로 내건 노홍철을 찾아가 "내 사생활을 보호해준다는 내용을 문서화하면, 지지의사를 밝히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노홍철이 이를 거부하자 박명수는 돌연 유재석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며 후보에서 탈퇴했다. 당초 박명수는 유재석의 당선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하지만 박명수의 지지는 오래가지 않았다. 각자의 공약을 공개하는 최종토론회에서 "촬영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건 유재석은 평소 멤버들이 촬영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박명수가 촬영대신 디제잉에 집중하는 모습을 폭로했다.
그러자 박명수는 유재석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정형돈에게 힘을 실었다. 지지와 철회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 '철새 정치인'의 면모를 고스란히 풍자한 셈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우리 정치판을 풍자하기보다 선거 참여를 독려하고 6.4지방선거의 달라진 점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특집이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 하에 6.4지방선거 방식을 상당부분 준용했고 17일 방송에서는 시사평론가 정관용 씨의 진행 하에 토론회까지 선보였다.
그러나 선택 2014가 보여준 멤버들의 모습은 우리 정치판과 그닥 다르지 않다. "정치가 코미디보다 웃기다"는 방송인 김제동의 말처럼 '무한도전'의 큰 웃음은 코미디같은 정치판을 고스란히 선보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웃음을 안겼을지도 모른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분은 11.6%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는 9.9%,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10.0%의 시청률을 보였다. 비록 이날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SNS에서는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