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포로수용소 학대사건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성적 학대와 인권 침해와 관련한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우려했던 것처럼 이같은 포로 학대 행위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시사하는 증언들도 함께 나오고 있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세계인의 감시의 눈길이 닿지 않았던 어느 한 시기에 이 곳에서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만행과 음행이 만연돼 있었다는 점이다.
13일 미 텍사스주 포트 우드 군사법정.
지난 2003년 수감자 학대 사진이 공개된 이후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 군복을 벗었던 여군 헌병 출신의 메건 앰벌이 증언대에 올랐다.
그레이너 상병과 같은 수용소에서 근무했던 앰벌은 이날 수감자 학대와 폭행, 직무유기, 음란행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찰스 그레이너 상병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앰벌은 이 자리에서 "남자 수감자들의 샤워장에 들어가 그들의 성기를 조롱하면서 비웃었던 사실들"을 모두 시인했다.
앰벌은 특히 이 같은 수감자 학대는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 군수사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폭로했다.
앰벌은 "수사관들이 수감자들을 데리고 와 그들을 어떻게 다룰 지를 설명해 줬다"고 밝히면서 "그들은 어떤 사람이 협조적이고 어떤 사람이 비협조적인 지를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앰벌은 또 "두 명의 정보 관계자들이 그레이너 상병 등 두 명의 간수에게 수감자들을 거칠게 다루도록 지시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앰벌은 그레이너 상병과의 관계를 묻는 검찰의 집중 심문에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근무할 때 그레이너 상병과 성관계를 갖기 시작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그레이너는 역시 수감자 학대로 기소된 또 다른 여군 린디 잉글랜드 일병과도 성관계를 가져 최근 아기를 낳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잉글랜드 일병은 수감자의 목에 끈을 묶어 개처럼 끌고 다닌 사진이 공개돼 큰 파문을 불러일으킨 여군이다.
앰벌은 그러나 그레이너 상병이 벌거벗은 수감자들에게 피라미드처럼 포개어 엎드리도록 하고 그들의 목에 줄을 묶고 자위를 강요했던 행위와 관련해서는, "그와 같은 명령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수사관들의 지시에 따라 그 같은 행위를 했을 뿐"이라고 한 그레이너 상병의 주장을 정면 부인한 것으로, 피라미드를 쌓도록하고 자위행위를 강요한 것은 그레이너 상병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는 증언이다.
지난 10일 열린 첫 공판에서 그레이너 상병의 변호인 측은 ''피라미드 고문''과 관련해 "미국 전역에서 치어리더들이 피라미드를 만들고 있다. 치어리더들이 1년에 예닐곱번 정도만 피라미드 모양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그것이 고문이냐?"고 항변해 세상을 더욱 놀라게 했다.
아부 그라이브는 온갖 만행과 음행이 횡행한, 더욱이 그런 일들이 너무도 당연시된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였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그레이너는 현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수감자 학대사건으로 기소된 7명의 피의자 가운데 처음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으로 재판이 계속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더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
CBS국제부 김준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