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망자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적다는 KBS 보도국장의 발언이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8일 밤 서울 여의도 KBS앞에서 보도국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세월호와 교통사고 비교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9일 사임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유가족들은 "반성없는 사임은 더 큰 모욕"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집결한 가족들은 김 보도국장이 사임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본인이) 잘못이 없다는데 사임하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더 큰 모욕이다"고 비판했다.
유가족 측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잘못이 없는데 사임을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또다시 청와대가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자신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유족들을 다시 화나게 하는 문제"라며 "나는 잘못이 없는데 유족을 위하는 것처럼 사임하는 것이 오히려 모욕적인 것처럼 들린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은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다"라고 사석에서 발언한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유족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8일 밤 KBS 본관에 찾아가 김 국장 퇴임을 주장하며 거세게 항의했으며, 다음날 새벽 청와대 인근으로 이동해 현재까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파문이 청와대로까지 확산되자 가족 대표들과 면담한 청와대 수석들이 KBS측에 조속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국장은 안팎의 여론에 못이겨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국장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국장은 "해당발언은 지난 28일 KBS 근처 식당에서 과학재난부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으로 '세월호 참사는 안전 불감증에 의한 참사였다'고 말했고, 교통사고로 인해 한 달에 500명이 사망하기 때문에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발언 취지를 적극 해명했다.
또한 "그동안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묵과할 수 없어 반론보도를 싣지 않는 부분에 대해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할 것이다"며 소송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희생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를 마치 일상생활에 의한 안전불감증인 것처럼 여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박했으며, 김 보도국장과 함께 KBS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