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인간중독' 수위는 19금, 감성은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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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0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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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군관사에서 벌어지는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정통멜로 가뭄에 단비

 

송승헌 임지연 조여정 온주완 등이 출연하는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132분 상영, 14일 개봉.
 
이진욱 기자(이하 이): 언론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은 인간중독은 정통 멜로였다. 시사 전까지 이안 감독의 '색, 계'(이하 색계)와 자주 비교돼 왔는데 색계 속 사랑의 결말이 몹시도 현실적이어서 아련하고도 답답한 뒷맛을 남겼다면, 인간중독은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그리는 데 초점을 둔 만듦새다. 색계보다는 손예진 조승우가 주연한 '클래식'의 감성에 가까워 보인다.

신진아 기자(이하 신):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두 남녀의 사랑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 봤을 법하나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영화적이다. 그들의 정사신은 아름다우나 색계 이상의 파격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랑에 눈물이 났다. 뭔가 일상에 시들해진 사랑의 불씨를 다시 지펴서라도 좀 더 낭만적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도 슬쩍 들었다.

: 제작 단계에서부터 '19금' '파격' 등의 수식어가 붙었던 만큼 노출 수위에도 이목이 쏠렸던 게 사실이다. 베드신에서 의도적으로 관음증적 시선을 취한 색계와 달리, 인간중독은 남녀의 몸을 아름답게 담아내려 한 욕심이 엿보인다. 진평과 가흔의 첫 베드신에서 정사 장면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는 대신 진평이 일상 속에서 그 당시를 회상하는 방식을 취한 것도 그 증거로 읽힌다.

: 단지 아름다움에 머물러서 아쉽다. 베드신에서 보여준 둘의 감정이 단선적이지 않았나. 두 남녀가 생애 처음으로 깊은 사랑에 빠진 설정이라 정사신도 마치 서로 처음인 것처럼 찍었는데, 정사신만 떼놓고 보면 덜 매력적이다. 갈수록 정사신의 수위가 과감해지나 오히려 '개봉박두'라는 측면에서 첫 정사신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이 정사신은 회의석상에서 딴 생각(그녀와의 정사)에 빠진 진평의 일상적 모습과 교차편집해 놨는데 그게 좀 더 아찔한 느낌을 준다. 이는 지루한 일상에 활기를 주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독의 사랑 예찬을 반영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 송승헌의 몸은 같은 남자가 봐도 멋졌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몸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해 왔다는 것을 대번에 알겠더라.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몸을 가꾸는 것이 몹시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기 관리에 철저하려는 배우 송승헌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 부작용(?)이라면 여배우보다 송승헌에게 더 시선이 가는 기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김대우 감독이 임지연보다 송승헌에게 더 매료된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임지연은 매력적인 얼굴이다. 계속 봐도 지루하지 않고 자꾸 보고 싶을 정도로 묘한 매력을 지녔다.

 

: 극중 흑백 TV를 통해 19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베트남전의 참상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들과 대비되면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인류가 달에 가는 최첨단 시대에 한쪽에서는 잔인한 살육의 광기가 지배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이러한 시대를 사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듯 묘사된 점도 눈길을 끈다.

: 두 남녀의 관계가 이상적이라면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주변 사람들의 양식화된 행동을 보는 재미가 더 크다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군대에서는 남편의 계급에 따라 부인의 서열이 결정된다고 들었는데, 그점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깨알웃음을 자아낸다.

: 진평의 아내 숙진 역을 맡은 조여정은 다소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는데, 극 중반께 기분을 상하게 한 남편 부하의 아내에게 정색하며 "김치 좀 담그러 오라"고 말한다. 그때의 냉담한 표정이 눈에 선하다.

: 그 김치를 담게 된 당사자가 바로 '더 테러 라이브' 이후 활동이 활발해진 전혜진이다. 이선균의 아내로도 유명한데, 이번 영화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조연으로 꼽을 만하다. 온주완도 극중 임지연이 "결혼 이후 몸이 닿는 것도 싫다"고 말할 정도로 재수 없는 인물을 능청스럽게 잘 연기해냈다.

: 1969년 고위 간부들이 머무는 군관사, 그러니까 당대 최고 권력층이던 군인들이 누리던 삶의 풍경도 흥미롭다. 공들인 미장센을 통해 나타나는 그들의 옷과 집기, 여가활동 등 생활 수준은 당시 대다수 사람들의 낙후된 그것과는 몹시 동떨어져 있다. 오히려 같은 시기 최고 호황을 누리던 미국과 서유럽을 보는 듯했다. 새삼 뜬끔없이 권력과 부의 상관관계를 떠올리게 되더라.

: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모르겠고, 그보다는 감독의 탐미적인 취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오랜만에 의상과 미술에 공들인 영화를 봐서 즐거웠다. 전축에 LP판을 올려놓고 음악을 듣는 장면도 디지털 음원시대에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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