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지략' VS 박영선 '강단'…두 승부사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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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좌),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19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 원내사령탑에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의원이 선출됐다.

60대 대 50대, 남자 대 여자, 경찰 출신 대 언론인 출신, 충청 출신 대 경남 출신, 성장과정에서부터 모든 게 확연히 다른 길을 걸어온 이완구, 박영선 원내대표인 만큼 때론 협력하면서도 때론 심하게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행정고시를 통해 경찰에 입문한 이후 충남경찰청장과 국회의원, 충남지사직을 역임하는 등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지략이 뛰어난 정치인이자, 이른바 '꾀돌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지난 2001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해임 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DJP 연합을 깰 때 결정적 역할을 할 정도로 정국 현안에 대한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다.

이완구 대표는 한참 지난 2008년 여름 "DJ(김대중)와 JP(김종필)가 갈라서게 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다"며 "JP가 내 의견을 받아들여 강공으로 DJ를 몰아세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자민련에서 함께 정치를 한 정치인은 "이완구 신임 원내대표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꾀돌이 김용환 전 자민련 총재에 버금갈 정도로 지략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완구 대표는 충남지사 시절 세종시 문제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맞서다 지사직을 던졌고, 지사에서 물러난 이후 3개월 동안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이완구 죽이기' 내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너무 억울해 하루에 담배만 세 갑을 피워 건강을 잃기도 했다"며 "임기를 다한 권력일망정 절대 맞서지 말라는 소신을 그때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건강을 회복한 지난해 재보궐 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여의도로 복귀했으며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절대 다수의 지원에 힘입어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거머쥐었다.

지난 1996년 충남경찰청장을 끝으로 경찰직을 그만두고 왜 정치권에 입문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경찰청장도 할 수 있었지만 너무 늦게 정치권에 들어오면 뒷방 늙은이 역할 밖엔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전도양양한 경찰 고위직을 과감히 던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소신있는 결단의 정치인이기도 하다. 충남지사직에 도전할 때도, 재선이 보장되다시피 한 충남지사직을 과감히 던져버릴 때도 평소에 존경한다는 JP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는 순간에 승부사의 기질을 보이기도 한다.

이완구 대표는 특히 정치력이 상당하다. 초선 시절 이홍구 당시 신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청와대 정무수석과 당무를 조율하고 이 대표를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원내대표라는 고지를 점령하고자 청와대는 물론이고 모든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나 이완구 원내대표의 당위성을 설명했고,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무혈입성하다시피 했다.

8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완구 의원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이완구, 지략의 정치인

이완구 대표를 잘 안다는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가 강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이완구 대표는 이미 박영선 의원의 모든 것을 파악했을 것"이라며 "참으로 녹록치 않은 여당의 원내대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과 정치력, 친화력, 포용력에 정치적 지략, 정치적 승부사의 기질까지 갖춘 이완구 대표이건만 '윗선'에 대해선 저자세의 태도다.

본인은 대통령에게 직언을 한다고 하지만 유독 최고 권력자에게만은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8일 신임 원내대표가 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세월호 정국에서 대통령에게 고언할 것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 원내대표를 맡았기 때문에 아직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말하는 것은 경솔하다. 조금 파악하고 상황을 보고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의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반대하면 야당을 설득해 대안을 찾자고 할 정치인이지, 청와대를 직접 설득하거나 청와대를 뛰어넘어 관철시키는 대담한 정치인 부류는 아니다.

'상감마마, 아니되옵니다. 통촉하시옵소서'라며 'NO'라고 단호히 의견을 개진하고 살아 움직이는 국회를 만드는지 지켜 볼 일이다.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신임 원내대표는 소신이 강하고 강단 있는 정치인에 가깝다.

지난해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며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을 반대한 것도, 17대 국회에서 초선으로서 금산분리법을 통과시키며 재벌개혁에 앞장선 것도, 2007년 대선 때 BBK 의혹을 파헤치며 이명박 후보 저격수 역할을 한 것도, 이명박 정권 시절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와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킨 것도 그의 원칙과 강단에서 나온 것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3선의 정치를 하는 동안 치마폭이 넓은 정치를 하기 보다 몸에 딱 붙는 아주 타이트한 정치를 해왔다.

'왜 정치를 그렇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정치인들이 너무 협잡해오지 않았느냐. 재벌 개혁 한다고 하면서도 뒤에선 재벌들의 뒤를 봐주고 대신 각종 혜택을 받지 않느냐. 권력이 너무 비열하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내 한 몸이라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국회 법사위원을 맡아 이명박 정권의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형태(민간인 사찰 등)에 대해 가시 같은 존재였고, 때론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한 검찰을 송곳 같은 질문으로 매우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 파문을 겪은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마친 뒤 당시 김경한 법무장관에게 "박영선 의원, 정말 무서우니 청문회를 잘 대처하시오"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 운동권도 아닌 그이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며 열정을 쏟아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미인지라 거침없는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그로부터 심한 질책과 추궁을 들은 공직자들, 특히 검찰 간부들은 박영선 의원이라고 하면 혀를 내두른다.

황교안 현 법무장관도 박영선 원내대표에게서 호된 질문을 받고 당황하기도 했다.

이범관 전 의원은 이와 관련해 "박영선 의원, 정말 대단해. 최고의 권력기관인 검찰을 겨냥해 그처럼 당당하게 채근하고 질책하는 정치인은 박영선 의원 말고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만큼 검찰에 꿀릴 게 없다는 뜻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략이나 정치적 꼼수를 잘 모른다고 말한다.

동료들에게 말로 상처를 준다는 사실, 자신의 단점을 잘 안다고 말하면서도 고치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가 가장 꺼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 후보라고 하자 "내가 얼마나 협상을 잘하고, 주고받기를 적절히 하는지를 모를 것이다. 원내대표가 되면 보게 될 것이다"고 항변한다.

새누리당의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시)은 "박영선 의원과 법사위에서 2년 동안 일을 하다 보니까 가끔 문제 있을 때도 있었지만 야당의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으면 책임감이 있으니 잘 하려고 하지 않을까 한다"며 "(박영선 의원의 원내대표론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좀 우호적으로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8일 원내대표로서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해야 할 가장 첫 일은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것"이라면서 "당장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5월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일단은 자신을 향하고 있는 부정적 시선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몰아붙일 때와 협상할 때를 적절히 섞어가며 강온양면책을 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안 되는 것은 끝까지 안 된다며 특유의 결기를 세울 공산도 만만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은 "박영선 의원은 경우에 따라선 설득이 잘 안 되는 정치인인 것은 맞지만 일부에서 말하는 고집불통일 정도는 아니고 원칙론자라는 박근혜 대통령과는 또 다른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처럼 눈물도 많다.

8일 오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박영선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박영선, 재벌과 대기업 문제엔 타협 없다

기자 시절부터 천착해온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등과 관련해선 타협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MBC 경제부 기자와 경제부장 시절부터 대한민국 경제의 '거악'은 재벌들의 문어발식 기업확장과 독식, 경제 기득권에서 출발한다는 인식은 그의 삶의 영역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연말 정기국회 마지막 날 외촉법을 끝까지 반대하며 막판에야 의사봉을 넘긴 뒤 분을 참지못해 잠을 이루지 못한 것만 봐도 재벌문제에 있어선 거의 양보가 없는 정치인이다.

이완구 대표가 박영선 야당 대표의 이런저런 성향과 정치역정, 인생 역정을 잘 안다면 의외로 상대하기 편한 카운터파트너일 수 있다.

때로는 박영선 의원에게 정치란 이런 것입니다 라고 한수 가르쳐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모와 설득력을 겸비한 이완구 대표라면 강단의 정치인 박영선 대표와 맞수가 되는 단계를 넘어 때론 우위의 입장에서 대화를 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가 나기 전 "야당에서 박영선 의원만 원내대표가 안 됐으면 좋겠다"는 내 말은 실언이었다고 선언하고 '박영선 대표만이 나의 진정한 맞수'라고 다짐에 다짐을 한 뒤 협상에 나선다면…

새누리당에서 원내대표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청원, 김무성 의원의 다음과 같은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당의 원내대표란 야당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고 실리만 챙겨야지 명분까지 가지려 하면 다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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