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KBS 본관 자료사진
KBS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실린 38기, 39기, 40기 기자들의 반성문 10편을 노조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사실 우리가 즐겨 쓰는 '세월호 취재 현장'이라는 말은 거짓말일지도 모릅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저 먼 바다는 어떤 언론사도 접근할 수 없는 '현장'이니까요.
설사 가까이 간다 해도 정부와 해경, 언딘이 철저히 통제하고 있죠.
정부가 불러주는 구조인원, 선박 숫자를 언론이 그대로 받아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가 진짜 접근할 수 있는 '현장'이 있다면 그건 '사람'일 겁니다. 깊은 바다 밑에 자기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남겨두고 온 바로 그 사람들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현장'에 있었지만 '현장'을 취재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들이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부짖을 때 우리는 냉철한 저널리스트 흉내만 내며 외면했습니다.
'현장'이 없는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으면서요.
그 숫자가 제대로 된 숫자인지 그 자리에서 검증하고 뜯어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에 조금만 더 귀 기울였다면 이렇게 늦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부의 '숫자놀음'에 대한 우리의 비판은 사건 발생 12일 후에나 나왔습니다.
그것도 비중 없는 뉴스 후반부 단 한 꼭지. 취재기자의 발제에 떠밀려서 였습니다. → 2014.04.28. <뉴스9> #17. [앵커&리포트] ‘물량공세’ 발표, 혼란·불신 키웠다
중소 언론사라면 분명히 버거운 일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KBS잖아요. 공영방송.
가장 우수하고 풍부한 인력·장비. 정부 발표를 검증하고 비판하라고 그 풍요로운 자원을 받은 것 아닌가요. 다름 아닌 국민들로부터요.
그런데 왜 우리는 그 자원을 가장 적합한 목적에 쓰지 않나요?
설마 아무 내용도 없이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중계차'나 '조간 우라까이'가 KBS의 존재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우리가 유족들과 '동화'됐다고요? 그럴지도 모르죠. 기자는 약자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대변하라고 배웠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정권'이나 '정부'와 동화된 일부 기자들보다는 낫지 않나요?
많은 선배들이 입버릇처럼 '모든 취재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런데 왜 현장에 있는 답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시나요?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세월호 보도에 관여한 모든 기자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제안합니다.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물을 우리 9시뉴스를 통해 전달하고, 잘못된 부분은 유족과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합니다.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뉴스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