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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라는 얘기에 고개 돌린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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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 반성문 전문③]

여의도 KBS 본관 자료사진

 

KBS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실린 38기, 39기, 40기 기자들의 반성문 10편을 노조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KBS를 어떻게 믿어요?"

안산에서 취재한 13일 동안 매일같이 들은 말입니다.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안산 동네 곳곳에서, 'KBS'라는 이유로 유가족과 시민들은 인터뷰를 거부했고 질책을 넘어 크게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장례식장 조문도 거절당했다는 선배 기자들의 이야기가 적지 않게 들려왔습니다. 사고 초기 혼선에 대한 분노라 생각했습니다. 답답했지만, 조심스럽게 취재를 이어나가고 현장을 그대로 보도한다면 조금씩 신뢰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취재 초기에 몇몇 유가족들은 희생된 아이들의 사연을 이야기해 주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그조차 거부하는 유가족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언론과 대응하기 싫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소통할 언론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KBS뉴스에는 자신들의 ‘호소’만 있고 ‘이야기’는 없다며 거부한 겁니다. 실제로 슬픔에 잠겨 울부짖는 유가족들의 모습은 뉴스마다 넘쳤지만, 유가족들이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던 모습은 제대로 담기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공식합동분향소가 문을 연 지난달 29일도 그랬습니다. 그날 새벽, 희생된 아들이 찍은 마지막 영상을 타사에 제보한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와 만나 뒤늦게나마 영상제공과 인터뷰를 약속받았지만 두 시간도 되지 않아 번복됐습니다. 하루 종일 설득이 이어졌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습니다. 어차피 보도되는 것이라면 공영방송이자 가장 큰 방송사인 KBS에 보도되길 원했지만, 유족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것이라는 확신이 끝내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9시 뉴스 톱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의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 하지만 정부 대책을 요구하던 유가족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은 9시 뉴스에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취재를 하는 동안 ‘KBS’라는 얘기에 고개를 돌리고 손을 젓고 말문을 닫았던 유가족들은 먼저 타사에 나서서 제보를 하고, 떠난 아이의 사연을 얘기하고, 현장의 문제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왜 KBS가 아니라 다른 언론일까. 우리 보도가 유가족들이 ‘말하는 것’보다, 유가족들에게서 ‘듣고 싶은 것’만 집중했던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됩니다. 슬픔에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의 모습도, 떠나간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물론 필요한 보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유가족들이 전하고자 했던 다른 수많은 이야기들에는 미처 귀 기울이지 못했고, 오히려 과한 취재가 유가족들에게 상처가 되기도 했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있거나 이제 막 마친 유족들에게 아이들의 생전 모습을 취재해야 했고 마치 관객석처럼 보이는 임시 합동분향소 2층에서 오열하는 유족들을 뒤로 하고 며칠씩 중계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분노한 어느 유족에 의해 취재진들은 분향소 바깥으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취재기자인 제가 더 열심히 발로 뛰었더라면,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고민하고 취재해 보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크고 자책도 많이 하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이런 아쉬움과 반성을 토대로 유가족에게서 '듣고 싶은 것'이 아닌 그들이 '말하는 것'에 귀 기울여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편에 서서 약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들을 배려하는 것. 그것이 제가 아는 공영방송의 역할입니다. 그 역할을 충실히 했을 때 "KBS를 어떻게 믿어요?"라는 의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세월호 보도에 관여한 모든 기자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제안합니다.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물을 우리 9시뉴스를 통해 전달하고, 잘못된 부분은 유족과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합니다.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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