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선장, 항로 잃은 대한민국...세월호의 경고세월호 참사만큼 우리 사회의 치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도 드물다. 승객을 버리고 달아난 선장과 돈 밖에 모르는 선주, 그들을 믿고 배에 남았다 희생된 학생과 승객 등등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이름만큼이나 의미심장한 세월호 사고가 더욱 불길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호도 결코 안전하지 않을 것이며, 그때가 되면 누구도 우릴 구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그래서 세월호는 대한민국호의 진로를 바꿀 것을 경고한다. 이른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리더십부터 다시 세우고, 선장조차도 계약직으로 내모는 금전지상주의를 일신하며, 마피아 공무원들의 철옹성을 깨뜨려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꽃다운 생명들을 속절없이 떠나보낸 어른들은 모두 죄인이다. 그 트라우마는 세월이 가도 남을 것이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 이제 할 일은 아픔을 오래 기억하고, 어떻게든 사회를 바꿔나가는 것이다. 세월호가 남긴 교훈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글 싣는 순서>글>1. 파탄 난 직업윤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2. 선장도 계약직...곪아터진 돈 지상주의
3. 마피아 공무원과 연안부두 사람들
속옷 바람으로 탈출하는 세월호 선장 (해경 제공)
세월호 사건을 통틀어 국민들을 가장 분통 터지게 한 것은 선장의 파렴치한 탈출이었다.
선장 한 사람만 제대로 해줬더라도 피해는 훨씬 줄어들었을 게 분명하다.
선장의 처신은 대한민국이 그간 공들여 쌓아온 국가 이미지를 한 방에 무너뜨리는 결과도 낳았다.
우리는 이제 ‘어린이와 여성이 먼저’라는 '버큰헤드' 정신은 고사하고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치는 추한 한국인이란 손가락질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선장이 아무리 비정규직 신분이었다고 해도 최소한의 직업윤리조차 외면한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행태였다.
김종대 디펜스뉴스 편집장은 “아무리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소명의식과 전문성을 발전시키는 게 올바른 사회인데 그렇지 못했다”며 돈과 출세만 좇는 우리 사회의 천박한 직업관이 직업윤리의 붕괴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승객들 몰래 빠져나간 선장의 모습은 우리에겐 결코 낯선 광경이 아니다.
멀게는 임진왜란 때 백성을 버리고 달아난 선조 임금이나, 6.25때 한강다리를 끊고 피난한 이승만 정권이나 세월호 선장과는 피장파장이다.
이후로 6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지도층의 이런 습성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사기성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판매해 투자자 손실을 입히고 직원들은 자살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는데도 오너 일가만 살아남으려 했던 동양증권 사태, 회사는 적자인데도 많게는 수백억대의 연봉을 받아 챙긴 그룹 회장들... 제2, 제3의 세월호 선장은 곳곳에 있다.
뿐만 아니다. 고위관료나 정치인일수록 병역미필, 세금탈루, 위장전입, 이중국적은 왜 이리 많은가?
권한만 앞세우려 할 뿐 사회지도층으로서의 고귀한 책무(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솔선수범하는 사례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기 힘든 것이다.
재벌 총수나 권력 핵심인사들이 죗값을 제대로 치룬 적이 몇 번이나 있던가?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푸념이 질긴 생명력을 갖는 이유다.
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힘없는 백성들만 당한다는 체험적 진실은 깊은 불신과 냉소주의를 낳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논어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신뢰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가져야 할 선장(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고 서로 불신한다면, 그 배(나라)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정글상태와 다를 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국가 개조론’을 꺼내들었다.
이번 사건이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이 막대한 만큼 전환기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 개조의 대상과 주체다. 정말 개조가 시급한 대상이 누구인지 따져봐야 한다.
세월호에선 선장의 직업의식과 도덕적 책무가 1차 개조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세월호가 대한민국호의 치부를 절묘하게 상징하는 것이라면, 대한민국 개조의 대상이 누가 돼야 할지도 분명해진다.
문화평론가 김성수 씨는 “세월호를 보면 우리 사회의 어디가 바뀌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며 “바뀌어야 할 것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의식과 행태”라고 지적했다.
국가 개조론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기득권층이 먼저 참회하고 자기고백에 나서는 게 순서일 것이다.
이런 용기의 바탕 위에서만이 참된 용서와 화해, 통합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