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여드레째인 23일 오전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인근 바다로 확산되면서 2차 피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사고현장에서 2마일(3.2km) 떨어진 동거차도 동막 인근 해안가에 밀려든 기름이 자갈에 부분적으로 묻어 마을 주민들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25일 오후 찾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리 동막. 이곳 어민들은 해안에 들러붙은 기름을 닦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얀 방제복을 입고 쪼그리고 앉아 해안에 있는 돌을 살펴보며 기름을 제거하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3일째인 지난 18일 밤 11시쯤부터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은 더딘 구조작업으로 벌써 8일째 방치되고 있다.
침몰한 세월호에는 주 기관 작동을 위한 벙커C유 139㎘, 선내 등을 켜거나 문을 닫는 용도로 쓰이는 발전기 가동을 위한 경유 39㎘, 윤활유 25㎘ 등이 실려 있었다.
이 기름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해상으로 확산됐고, 급기야 3㎞가량 떨어진 동거차도 해안으로 들러붙기 시작했다.
인근 어민들은 묵묵히 기름을 닦으며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기름 유출로 인해 미역이 오염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동거차도 어민들은 미역 양식업을 하면서 한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4월과 5월에 한 해 미역 농사를 3차례에 걸쳐 수확을 한다.
물론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생계다. 지금 시기가 미역 포자가 바위 암반에 착생하는 시기인데, 기름의 화학성분으로 인해 착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역 양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물. 오염된 물로 인해 미역이 제대로 잘 자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세월호 침몰이 동거차도 주민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동거차도 어민 유모 씨는 "바다에 기름이 다 떴다. 종자가 이제 막 바위에 들러붙으려고 하는데, 기름으로 인해 종자가 성장을 못할 수 있다"며 "미역 양식 어민 입장에서는 일년 바다 농사가 침몰 여객선 기름 유출로 망칠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어민은 "이게 하루이틀만에 끝날 일이 아니잖느냐. 기름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가 문제"라며 "하지만 어떡하겠느냐"고 한숨만 내쉬었다.
현재 사고 해역 인근에서는 해경과 방제조합이 20여 척의 방제선과 인력을 동원해 기름띠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구조작업이 늦어짐에 따라 기름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 2차 피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