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단원고 앞에 '합동분향소'라니…학생들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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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정부의 '탁상행정' 학생들 우울증으로 몬다.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단원고 희생자 임시 합동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바로 이곳에 가면 후배와 선배들의 영정을 볼수 있어…이따 학교 끝나고 가볼까", "싫어 그 끔찍한 일을 기억하게 될까봐 무서워"

세월호 사고 희생자가 발생한 단원고등학교에 오늘(24일)부터 3학년의 첫등교가 시작됐다. 휴교 9일만에 등교하는 단원고 3학년 학생은 480명에 이른다.

오전 7시부터 서둘러 등교하는 학생들은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친구들과 등교길에 올랐다. 삼삼오오 학교로 가는길에 오른 학생들의 대화 주제는 역시 비극의 '세월호'다.


학생들이 학교를 가기위해서는 반드시 거처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올림픽기념관이다. 합동분향소는 학교와 불과 100m거리에 위치해 있다.

높이 1.5m, 길이 20m에 이르는 분향소 입구 현수막에는 '세월호 사고희생자 임시분향소', '통한의 바다를 떠나 편히 잠드소서', '못다핀 단원고 꽃봉오리들이여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고 쓰여있다.

학생들은 현수막의 문구를 읽어 내려가며 당시 희생당한 선·후배들이 겪어야 했을 고통과 슬픔, 무서움과 두려움을 얘기하며 학교까지의 길 100m를 걸었다.

등교하는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눈물과 절규로 가득찬 합동분향소를 지나가는 것이다.

왜 하필 이곳에 생각하기도 싫은 일들을 얘기해야하고 떠오르게 만드는 합동 분향소가 차려졌을까?

경기도 합동대책본부 관계자는 "이 곳 말고는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며 "우선 임시 분향소로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지켜봐달라"고 답변했다.

참 어처구니없는 답변이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의 경우 자신이 따르던 친한 언니의 사고 소식 이후 매일 밤 울기만 하더라"며 "아직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아이가 등·하교 때마다 분향소를 지켜봐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가 아니라도 누구나 일반적 상식만 가졌다면 이곳에 과연 합동분향소를 차릴 수 있을까. 합동분향소를 차린 정부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구조된 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은 "학생들이 친구들의 장례식을 나가서 보겠다고 했지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장례식에 참여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날의 악몽을 생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장을 겪은 구조된 학생들에게 한 말이지만 단원고를 다니는 선·후배 학생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단원고 희생자 임시 합동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즉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연령, 인종, 성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사고 당사자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당한 친구나 가족들을 옆에서 지켜 본 경우에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의 경우 충격적인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불안증세가 심해지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발전하기 쉽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될 때까지 사고와 관련한 모든 것들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며 "단원고 1, 3학년 학생들 역시 학교 인근에서 합동분향소가 노출된다면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사고를 당한 피해학교 앞에 분향소를 설치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정식합동분양소를 학교로부터 4km이상 떨어진 화랑유원지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1억5천만 원을 들여 만든 이곳 분향소를 보름도 채 안돼 거두겠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늦게 나마 학교와 멀리 떨어진 곳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는 건 다행스러운일이다. 하지만 앞뒤 재지 않은 정부의 생각없는 탁상행정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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