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남도 길부군 풍계리 핵실험장(사진=지오아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경우 동시다발 실험이나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가 전망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의 닉 한센 연구원은 북한의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예고는 4차 핵실험이 갖는 특별한 의미와 함께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며 미국의 소리 방송에 이같이 말했다.
한센 연구원은 동시다발 실험을 예측한 근거는 풍계리 핵실험장에 뚫려있는 두 개의 터널을 지적하면서 "이 시설에서 두 개의 핵 물질을 한꺼번에 터뜨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 "북한으로서도 어차피 유엔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면 한 번에 여러 차례 실험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도 지난 1998년 이틀 동안 8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해 미사일 장착 핵탄두 개발 시기를 앞당긴 바 있다.
한센 연구원은 "풍계리 핵실험장 서쪽 갱도에서도 굴착이 이뤄지고 있지만, 추가 실험에 활용할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수직갱도 혹은 대기권을 이용하거나 수소폭탄을 실험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기술적 가설일 뿐, 북한의 기술 역량이 아직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편,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이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전 차장은 "우라늄 혹은 플루토늄을 기반으로 실험할지, 아니면 소형화나 폭발력 등에 초점을 맞출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도 "특정 핵실험 형태를 꼭 집어 전망할 수 없을 정도로 가능한 시나리오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전문가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이 갖는 의미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나타냈다.
한센 연구원은 "4차 핵실험은 핵탄두 소형화 과정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지난 세 차례 핵실험과 다른 차원의 절차"로 진단했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면 노동, 무수단, KN-08 미사일 등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추가 핵실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은 오류"라고 주장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서 1990년대 초 이전에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소형화 무기를 당연히 염두에 뒀을 것이고, 이미 파키스탄이나 중국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통해 갑자기 핵무기 소형화를 실현한다기 보다는 ‘추가 소형화’, 그리고 성능 확인과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박사 역시 "핵무기 기술 향상과 관련해 실험 횟수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이노넨 박사는 인도가 1974년과 1998년 두 차례 핵실험 후 핵 보유국임을 선언한 사실을 사례로 들었다.
따라서 "이미 세 차례 핵실험을 한 북한이 핵폭탄 소형화 등을 위해 추가 핵실험이 필요하다는 식의 분석이 반드시 들어맞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이노넨 박사는 "대신 북한이 핵실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내비친 데서 볼 수 있듯이, 순수한 핵 능력 향상 외에 정치적 목적이 다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