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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선박사고 경험자 "파도 소리만 들어도 이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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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전 사고로 여전히 고통속에 지내
- 바다보고 도망치다 교통사고 당할뻔
- 한꺼번에 친구들 떠나보낸 아이들 걱정
- 진상밝혀 의혹이나 억울함 없게 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진행 : 최호선 영남대 심리학과 외래교수

어제 오전에 세월호 침몰참사에서 생존한 학생들의 부모님들이 안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정부는 모든 걸 총동원해서 신속한 구조작업 해 달라, 이런 요지였고요. 많은 언론들이 그 제목으로 기사를 썼죠. 그런데 이 호소문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살아남은 아이들마저 죄인이 된 심정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창문만 바라보면 물이 들어올까 겁을 내고 있다. 바로 이 부분, 바로 이 부분을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한 분 계십니다. 직접 연결을 해 보죠.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최호선 외래교수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최호선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최호선> 네.

◇ 김현정> 생존자들의 고통이 상상 이상일 거다. 살아남은 아이들 마저 죄인된 심정이라는 그 호소를 귀담아들어야 된다라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교수님의 체험에서 나온 이야기다, 이게 무슨 말씀이시죠?

◆ 최호선> 제가 심리학에서 강연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2002년도에 6개월 사이로 가족 중 두 분을 잃는 경험을 했습니다.

◇ 김현정> 어떤 사고였습니까, 실례지만.

◆ 최호선> 한 분은 저희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채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6개월 만에 일본에서 지금 이 세월호처럼 선박사고로 저희 가족 중의 한 분을 또 잃게 됐어요.

22일, 생존자 학부모 대국민 호소문 발표

 


◇ 김현정> 동생 분을 잃으셨다고 제가 들었습니다.

◆ 최호선> 시동생이었는데요. 시즈오카현이라는 곳에서 선박사고로 여덟 분이 돌아가셨는데 제가 그때 일본에 가서 시신을 인양하고 수습하는 그 과정들부터 해서 장례까지 과정을 다 치르면서 굉장히 큰 고통을 당했었죠.

◇ 김현정> 그러셨군요. 그후에 쓰나미를 경험하는 고통도 또 있으셨다고요?

◆ 최호선> 네, 2004년도였죠. 제가 아이들 4명을 데리고 푸켓에서 직접 쓰나미를 경험을 했었어요.

◇ 김현정> 그런 경험까지. 그런 것들이 굉장히 단기간에 여러 가지 상황들이 닥친 건데 그 후에 선생님께서는 어떤 고통을 겪으셨던 겁니까?

◆ 최호선> 요즘 최근에 언론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고 많이 언급이 되고 있는 그런 증상들인데요. 그때 당시만 해도 사실 이런 것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경험했던 것들이 아마 그런 이 증상일 거고 또 더 심각한 것은 지금 세월호 관련된 뉴스들을 계속 보면서 그때 제가 경험했던 것들이 다시 되살아나는 그런 경험을 또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지금 12년 지났는데 지금도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그 공포가 또 살아나는 상황.

◆ 최호선> 네, 당연히 그렇고 저만이 아니고요. 저는 차라리 심리학전공자라서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이 사고를 당하거나 비슷한 경험이 있는 유족이었던 분들은 아마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그런 고통을 겪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지금 12년이 흘렀는데도 그 정도면 그 당시 사고 벌어진 후에는 어떤 고통들, 어떤 상황들을 맞으셨어요? 예를 들자면.

◆ 최호선> 사고 직후에는 그냥 푸켓 공항에 난민으로 있다가 한국에서 보낸 특별기를 타고 귀국을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감사한 일이고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이 그렇고. 그리고 저한테 어떤 심리적인 충격이 있다고 전혀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그게 12월에 쓰나미가 왔고 제가 한 3월쯤에 부산해운대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해운대에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제 경험이 있어요. 어땠었냐 하면 해운대역에서 내려서 바닷가 쪽에 호텔이 많지 않습니까? 그렇게 무심코 걸어가다가 눈앞에 바다가 딱 눈에 들어오는 순간 뒷걸음질치면서 차도로 그냥 뛰어들었어요. 어떻게 이성으로 제지하거나 할 틈도 없이.

◇ 김현정> 그냥 무의식적으로. 본인도 모르게 그냥 바다를 보는 순간 뒷걸음질쳐서 차도로 뛰어들어서 교통사고...

◆ 최호선> 당할 뻔했죠. 그런데 마침 차들이 없어서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그때 제가 처음 알았어요, 저한테 증상이 있다는 것도 몰랐었거든요.

◇ 김현정> 그게 사고를 당한 지 얼마 후의 일입니까?

◆ 최호선> 석 달 정도 됐어요.

◇ 김현정> 석 달이 지났고 심리학 전공한 성인이신데도 그냥 바다 보자마자 뒷걸음질.

◆ 최호선> 그걸 저도 전혀 예상을 못한 일이었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또 있습니까, 그런 증상이?

◆ 최호선> 그리고 6개월 정도 뒤에 제가 출장을 일본으로 갔었는데 그때 일본의 온천도시가 해안가에 있거든요. 낮에 일을 하고 밤에 숙소에 들어갔는데 바닷가 호텔이다 보니까 파도소리가 계속 들리는 거예요. 저는 대구에 사는 사람이라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잠잘 일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그 파도 소리가 들리니까 파도가 덮치는 상상이 자꾸 되는 거예요.

◇ 김현정> 파도소리만으로도?

◆ 최호선> 네. 이건 내가 쓰나미를 경험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건 착각이야, 나한테 그런 증상이 있어라고 스스로를 계속 다독거리고. 그다음에 호흡도 조절을 하고 아무리 이렇게 이성적인 노력을 해 봐도 벌써 이불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그 느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 김현정> 땀이 나서 이불이 젖어드는...?

◆ 최호선> 아니요, 아니요. 바닷물이 나를 덮쳐서. . .

◇ 김현정> 아, 바닷물이 나를 덮쳐서 이불이 축축한 듯한 느낌요.

◆ 최호선> 그러니까 이성은 이건 내가 사고 때문에 이런 느낌 가지는 거야, 하는데도 벌써 저를 덮고 있는 이불은 바닷물에 덮쳐서 벌써 무겁게 느껴져요.

◇ 김현정> 그 정도 사고에도 이런 정도의 트라우마를 일상에서 경험을 하고 12년이 지나서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는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지금 그 배에서 탈출한 생존자들 특히 아이들 그들의 고통은 어떨지 짐작이 되십니까?

전남 진도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16일 진도군 실내체육관으로 이송된 안산단원고 구조자가 모포로 얼굴을 가린채 안정을 취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 최호선> 사실 제가 그 아이들이나 아니면 유족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을 다 안다고 하는 건 그건 전혀 아니고요. 그냥 일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짐작하자면 지금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아, 내가 살아났다는 안도감이나 기쁨보다는 아직 물속에 있는 친구들에 대한 죄책감이 무엇보다도 클 거고요. 그다음에 아주 본능적으로 사고 현장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상당히 클 거고 또 하나는 사회적 관심이 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잖아요.

◇ 김현정> 본인들이 되고 있죠.

◆ 최호선> 그것에 대한 부담감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수준일 거라고 생각해요.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실까요, 그 부담감이란?

◆ 최호선> 자기를 주목하고 있는데 그 주목받는 뉴스가 그렇게 긍정적인 이슈가 지금 아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최호선> 그리고 자기 생애에서 최악의 순간을 다른 모든 사람들한테 노출 당하고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죠.

◇ 김현정> 그렇군요. 아이들도 부담스럽고 공포스럽고 이런 슬픔을 느끼고 있을 거란 말씀이신데.

◆ 최호선> 그리고 더 심각한 건 지금 이 사고를 당한 일반승객도 계시지만 학생들이 아주 절대적으로 많은 숫자잖아요. 이 학생들은 지금 성장기이고 청소년기의 학생들이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성장기가 훨씬 예민하고 훨씬 기억을 생생하게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기 때문인가요?

◆ 최호선> 그런 이유도 있고 지금 김현정 씨도 그렇고 저도 성장기, 청소년기를 지났지 않습니까? 그런데 인생의 어느 시기보다 또래집단이나 친구가 가장 중요한 시기가 지금 이 시기거든요. 그런데 이 학생들 같은 경우에 가장 인생에서 중요한 친구들을 한 두명이 아니고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을 지금 경험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 부분. 특히 아이들이 걱정이 된다는 말씀. 우리가 그럼 해 줄 수 있는 건 뭘까요. 사실 지금 정신적인 트라우마 치료를 체계적으로 할 거다, 이런 계획들은 나오고 있는데요?

◆ 최호선> 저는 심리학을 전공하는 사람이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의문을 좀 가지고요. 사실 심리학전공자로 아니면 이런 사고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지금 꼭 필요한 일을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하라면 이번 사고를 해결하는 데에서 우리 국민들이나 아니면 특히 이 사고에 관련된 학생들이나 실종자 가족들이 어떤 의혹이나 억울함 같은 걸 갖지 않도록 사고를 그렇게 수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

◆ 최호선> 네. 그것만이 지금 가장 시급하고 아주 중요한 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 최호선> 그게 없으면 아이들은 이 사고의 원인을 사실 자기한테로 돌릴 수도 있어요. 저는 아무 관련 없는 일본에서 일어난 그 선박사고인데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불행해지나,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그렇게 할 수도 있거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마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 최호선> 네, 수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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