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이동국 (사진/전북 현대 제공)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 이동국에게서 기다렸던 전북의 첫 골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이동국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다.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있는 찢어진 발등보다 마음 한 구석이 더 아팠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라운드를 밟은 모든 프로축구 선수들의 마음이 그랬다.
19일 오후 전국 3개 구장에서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처음으로 열린 K리그 경기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비교적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선수들은 골을 넣고도 화려한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이동국은 이날 전남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원정경기에서 전반 30분 헤딩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동료들과 가볍게 손을 맞잡는 정도로 세리머니를 마쳤다.
전북과 전남의 경기는 무응원 경기로 진행됐다.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인근 해안에서 침몰한만큼 분위기는 더욱 숙연할 수밖에 없었다.
홈팀 전남은 예정된 시축과 행사를 모두 취소했고 서포터스 응원도 자제했다. 전남 서포터스들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 리본을 관중석에 매달았고 전북 서포터스들도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라는 대형 걸개를 걸었다.
이날 경기는 이동국의 결승골을 앞세운 전북의 2-0 승리로 끝났다. 전북은 승점 17로 한 경기를 덜 치른 포항(승점 16)을 제치고 리그 1위로 올라섰다. 또한 전남전 6경기 무패 행진을 달렸다.
타 구장 역시 숙연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울산과 수원이 격돌한 울산문수경기장에서는 무려 4골이 터져나왔지만 골을 넣은 선수 모두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경기에 임했다.
양팀 서포터스들과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탑승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플래카드를 걸어 애절한 마음을 전했다.
경기는 2-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수원은 정대세와 산토스의 골로 앞서가다 후반 막판 김민균과 유준수에게 연속 골을 내주고 승리 기회를 놓쳤다.
한편,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는 홈팀 부산이 성남FC를 1-0으로 눌렀다. 파그너가 전반 4분 만에 선제 결승골을 넣어 최근 5경기 연속 무승(3무2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최근 선수 폭행 논란을 일으켰던 성남의 박종환 감독은 구단 자체 징계로 인해 이날 경기장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