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여객선이 관제센터로부터 탈출준비를 하라는 긴급지시를 받았지만 승무원은 정반대로 '배 안으로 들어가라'는 안내방송을 한 것으로 교신 육성을 통해 확인됐다.
선장이 먼저 탈출하면서 배 안을 수습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17일 해양경찰 등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 당일인 전날 오전 8시 55분 제주해상관제센터에 조난신고를 했다.
당시 세월호는 "해경에 연락해 주세요. 본선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갑니다"라고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1분 후에도 세월호 측은 "지금 배가 많이 넘어졌습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빨리 좀 와주십시오"라고 재차 신속한 구조를 요청한다.
배가 기울어지면서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4분이 지난 9시 관제센터는 세월호로 연락해 인명피해 등을 물어본 후 "인명들 구명조끼 착용하시고 퇴선할지 모르니 준비해주세요"라며 긴급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이 그대로 실행됐다면 승객들은 빠르게 탈출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런 관제센터의 지시와 달리 선실에선 "방으로 들어가라"는 안내방송이 반복적으로 나온 것이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음성파일을 통해 확인됐다.
또 생존자들도 "이동하지 말고 안전한 선실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이 1시간 내내 계속됐다고 전했다.
관제센터 지침이 방송에 나온 것은 '탈선지시' 교신 후 1시간 15분이나 지난 10시 15분쯤이다.
이때서야 "여객선 침몰이 임박했으니 탑승객은 바다로 뛰어내리는 상황에 대비하라"는 말이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다. 이미 배가 상당히 기울어 승객들이 이동하기 매우 어려운 시기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비극은 선장과 기관사 등 승무원들이 9시쯤 빠르게 배에서 탈출하면서 선내를 제대로 컨트롤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좌초 직후인 오전 9시 50분쯤 선장 이모 씨는 1등 기관사 손모 씨, 조기수 박모 씨 등 선원 6명과 함께 이미 구조됐다.
이에 대해 세월호가 소속된 청해진해운 측은 "갑판에 있던 선장에게 해경이 빨리 탈출하라고 해서 탈출했다"며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선장이 없던 배 안에서 승무원은 매뉴얼에 맞는 안내 방송을 하지 못하고 '배안에서 대기하라'고 반복하면서 290명의 승객이 제대로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침몰한 여객선. (목포 해양경찰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