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 소음을 차단한다며 전담팀을 만들고 무분별한 채증을 위해 부착형 카메라 도입까지 추진하는 등 시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신당동에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연경장에서는 집회·시위 현장 대응 '소음관리팀' 발대식이 열렸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일정 기준 이상 소음을 일으키는 상황을 설정한 뒤 경찰이 주최 측의 확성기를 압수해 일시 보관하고 방송 차량을 견인하는 장면을 시연했다.
또, 경찰의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에 불복하는 가상의 시위대를 연행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주거 지역과 학교 주변에서 집회·시위를 할 때 소음이 주간에는 65㏈, 야간에는 60㏈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제외한 기타 지역은 주간 80㏈ 이하, 야간 70㏈ 이하가 기준이다.
이날 '소음전담팀' 발대식에 참석한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집회·시위 소음으로 일반 시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현장 소음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경찰청은 최근 전국 지방경찰청에 소음전담팀을 만들어 집회·시위에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경찰이 헌법에도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당장 나온다.
일반 집회 현장 주간 소음 한도인 80㏈은 일상에서 자동차가 달리거나 지하철이 들어올 때 나는 소음 수준인데 경찰이 집회 전 과정에서 특정 소음을 청취해 자의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소음이라는 게 워낙 주관적인데다 평상시에도 서울 광화문 일대는 80dB 이상의 소음이 측정된다"며 "경찰이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를 이유로 무분별한 사진 채증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경찰이 부착용 채증 카메라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지난 9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경찰관의 제복과 모자에 카메라를 부착해 법 집행에 활용하고 있다"며 "교통국과 생활안전국을 중심으로 활용 방안과 법적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청장이 이런 지시를 내린 날은 인권위원회가 '무분별한 채증을 막기 위해 채증 범위와 대상을 제한하라'는 권고를 경찰이 "수용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날이다.
앞서 지난달 초 이 청장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법률 위반 행위가 확인되면 국회의원도 곧장 연행할 수 있다"고 언급해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최근 공무집행 방해에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소송 청구도 적극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경찰력 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