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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의 ‘약장수’…꼴찌의 반란 으랏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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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이 만난 사람] 정상원 줌인터넷 부사장

정상원 줌인터넷 부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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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40) 줌인터넷 부사장은 IT업계에서 ‘알약 아저씨’로 통한다. 일견 약장사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그는 모기업인 이스트소프트에서 유명 보안 프로그램 ‘알약’을 탄생시킨 주역으로 이 바닥에서 꽤나 유명하다. 알약은 3500만 대로 추산되는 전국의 PC 가운데 2000만 대 이상에서 사용 중인 인기 보안 제품이다. 쉽게 말해 PC 10대 중 6대가 이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 제품의 탄생이 의미 있는 것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꼴찌에서 출발해 유료화 일색이던 국내 개인용 보안시장에 무료화라는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그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몇 년 전 사용자 중심의 인터넷 ‘포털’과 ‘브라우저’(웹 정보를 화면에 표시해 주는 응용프로그램)로 도전장을 냈다. 새로운 꼴찌의 반란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IT분야를 대표하는 대형 공룡기업들과의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어 이번에는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새롭게 도전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이런 게 정말 필요해?”라는 회의적인 말도 들었다.

9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한껏 들떠있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얼마 전 ‘줌닷컴’(줌인터넷의 포털 서비스)의 새로운 서비스를 테스트했는데 기대치를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어찌나 좋았던지 어젠 술 한 잔을 걸친 뒤 페이스북에 ‘이젠 여유가 생겨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적기도 했다. 소탈한 그의 일면에서 또 다른 반란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다.

■ ‘숫자 4’는 죽음 아닌 행운 징표
엄밀히 말해 줌인터넷은 이젠 더 이상 꼴찌가 아니다. 포털 서비스인 줌닷컴은 지난달 마지막 주 주간 검색어 점유율(코리안클릭 기준) 1.52%를 기록해 사상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네이버(75.09%), 다음(20.27%), 구글코리아(2.94%)에 이은 성적이지만 네이트를 제친 뒤 구글을 바짝 추격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또 다른 주력 상품인 ‘스윙브라우저’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익스플로러와 구글 크롬 등 외산 브라우저가 점령한 국내 IT환경에서 작년 12월 출시된 이후 두 달여 만에 누적 다운로드 건수 100만 건을 돌파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알약에 이은 새 사업에서도 꼴찌 반란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정 부사장에게 요즘 간절히 바라는 숫자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10”이라고 했다. 현재 1.5% 정도의 검색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2~3년 안에 10%를 달성해 업계 3위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1.5%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1%대가 뭐 대단한 수치냐며 괜한 호들갑으로 볼 수 있으나 검색 점유율이 사람의 습관을 바꾸는 것처럼 힘든 것임을 미뤄볼 때 의미 있는 행보란 설명이다.

10이 그의 내일을 대변하는 숫자라면 ‘4’는 그의 오늘을 만들어준 숫자다. 우리나라에선 ‘죽을 사(死)’가 연상된다는 이유로 불길하게 여기지만 남들과 다르고 싶다는 생각에 4를 행운의 숫자로 생각하면서 살아온 결과 오늘의 그가 존재하게 됐다는 얘기다. 정 부사장이 포털과 브라우저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런 역발상이 한몫했다. ‘혁신적인 것을 새롭게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편했던 것을 보완하는 것도 사업이 된다’는 발상의 전환이 줌닷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줌닷컴은 경쟁자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서비스는 강하지만 검색은 약한 네이버와 반대로 검색은 강하지만 서비스는 약한 구글의 단점을 합쳐보니 사업기회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 아니겠어요. 네이버처럼 친절하고 구글처럼 정확하게 찾아주면 승산이 있다는 발상이 우리 포털 서비스의 탄생 배경이에요.”

꼴찌의 반란은 극적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런데 산업분야에서 꼴찌의 반란은 소비자에게 뜻하지 않은 혜택을 주기도 한다. 예컨대 모 이동통신업체는 처음으로 무제한 휴대전화 통화를 할 수 있게 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반란이 환영을 받는 이유다. 줌인터넷의 다음 반란은 무엇일까. 정 부사장은 TV시청률과 소셜커머스 검색, 스윙브라우저의 안심 보안 그리고 타임트리 서비스 등을 꼽았다. 특히 새로운 지식 항목으로 준비 중인 타임트리는 정보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국내 최초의 글쓰기 형태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 도발의 경우 시간 순으로 정리된 지식을 제공하는 형태다. “대부분의 정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타임트리는 이를 엮어 지식화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서비스라 내부에서도 큰 기대를 가지고 있어요.”

■ 화려한 입지전적? 오히려 그 반대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정 부사장은 16년 전 병역특례로 입사해 한 우물을 판 끝에 부사장까지 올라 후배들로부터 입지전적인 ‘롤모델’로 불린다. 말끔한 외모와 지적인 이미지 때문에 별다른 고생 없이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게도 고단한 삶은 있다. 특히 그가 펼친 20대 추억은 한 지방생이 서울이란 거대한 세상에서 고군분투 한 드라마와 같은 삶을 담았다. 분명한 것은 이런 추억이 그의 인생에서 제2의 도약을 위한 바닥을 다졌다는 것이다.

“입사 당시 회사가 정말 작았는데 마가린에 밥을 비벼먹고 회장실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지낸 적도 있어요. 돈을 벌기 위해 다른 회사에 파견을 나가서 밤을 꼬박 새기도 부지기수였어요. 말 그대로 앞만 보면서 치열하게 살았죠. 대학시절에는 과외로 한 달에 200만 원을 벌었는데요. 취미였던 마이크로마우스를 만들기 위해 180만 원을 사용하고 남은 20만 원으로 생활을 하던 적도 있어요. 가장 싸고 푸짐한 음식을 찾다보니 달걀을 많이 먹었고 영양 보충 차원에서 박카스도 사먹었어요.(웃음)”

작은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후 대기업으로 옮기는 보통의 직장인들과 달리 그는 자신이 몸담은 벤처에서 새로운 역사를 함께 쌓아갔다. 특히 IT외길 16년을 보내면서 얻은 알약의 성공은 그의 행보에 자신감을 더해준 값진 경험으로 남아있다. 기업 10곳 중 9곳의 신입사원이 이직을 원한다는 조사결과에서 보듯 잦은 이직이 보편화된 요즘 이를 통해 경력관리를 하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비전 없이 무작정 옮기는 것은 금물”이라는 조언이 돌아왔다.

“이직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해 크게 반대하진 않아요. 한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친구가 다른 회사로 이직해 이전 회사와의 인연으로 좋은 사업기회를 제시한다든지, 다른 조직과의 자연스러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갈 수 있으니까요. 다만 비전 없이 본인의 가치만을 올리기 위한 이직은 경계해야죠. 충분한 고민과 결심 없이 자주 회사를 옮기거나 단지 연봉이 목표가 되는 것은 본인에게 아까운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 경영 통해 더 나은 세상 만들 것
인터뷰 뒤 냉철한 경영자라는 고정 관념은 깨졌다. IT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뜨겁고 소탈한 사람이었다. 인터뷰하면서도 일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던 그는 뼛속까지 IT인이었다. 정 부사장에게 인터뷰 말미에 10년 뒤 모습을 그려달라고 묻자 “경영자”라고 답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다양한 힘에는 정치, 군사, 종교 등 몇 가지 큰 줄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힘 중에서 경영을 통한 기업의 영향력에 매력을 느껴요. 예를 들자면 알약의 경우 보안시장의 견고하던 경쟁구도를 무료화로 깨버렸어요. 결국 이 제품의 등장 전후로 PC보안의 사용 패러다임이 바뀌게 됐죠. 이런 이유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경영을 통해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인생 비전을 이야기할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 명제인 것도 이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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