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종규가 8일 오후 울산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덩크를 터뜨린 뒤 모비스 벤슨 앞에서 세리머니를 하고있다 (사진/KBL 제공)
울산 모비스의 로드 벤슨이 창원 LG의 신인 김종규의 블록을 넘어 호쾌한 투핸드 덩크를 터뜨린 장면은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나온 명장면 중 하나였다.
김종규가 복수에 나섰다.
김종규는 8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5차전 4쿼터 초반 3점슛 라인 바깥 지역에서 공을 잡았다. 3점슛 라인보다는 오히려 중앙선이 더 가까웠다. 4쿼터가 시작한 지 30초가 지났고 스코어는 56-52로 모비스가 근소하게 앞서있었다.
김종규가 갑자기 드리블 돌파를 시작했다. 주로 골밑에서 활동하는 김종규에게서 거의 볼 수 없는 플레이였다. 벤슨이 따라붙었지만 이미 김종규가 공간을 확보한 뒤였다.
김종규는 주저없이 뛰어올라 왼손으로 짜릿한 원핸드 덩크를 터뜨렸다. 챔피언결정전 역사에 남을만한 멋진 장면이었다. 그리고 김종규는 벤슨이 종종 하는 특유의 경례 세리머니를 그대로 따라해 4차전에서의 아픔을 달랬다.
김종규는 승부욕이 강하다. 4차전에서 벤슨에게 허용한 덩크 그리고 벤슨의 세리머니를 마음 속에 담아뒀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대로 되돌려줬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심판은 김종규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경계를 하고 손을 뻗는 세리머니가 정확히 벤슨을 향했기 때문이다. 심판은 김종규의 세리머니가 상대를 조롱한 행동으로 판단한 것이다.
김종규는 억울하다며 항의했지만 번복은 업었다.
반면, 벤슨이 4차전에서 덩크를 성공시킨 다음에 펼친 세리머니는 테크니컬 파울을 받지 않았다. 벤슨은 평소 덩크를 한 뒤에 카메라나 팬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친다.
김종규가 받은 테크니컬 파울과 관련해 4차전 당시 벤슨의 세리머니도 상대 선수를 향한 것이 아니었냐는 궁금증이 팬들 사이에서 생기고 있지만 심판의 생각은 달랐다.
모비스는 LG에게 66-65, 1점차로 어렵게 이겼다. 김종규의 덩크는 LG의 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지만 김종규에게 지적된 테크니컬 파울 그리고 22초 뒤에 나온 김진 LG 감독에 대한 테크니컬 파울이 찬물을 끼얹었다. LG는 아깝게 2점을 잃었다.
김종규는 5차전에서 부진했다. 출전 기회 자체가 부족했다. 김종규는 이날 올 시즌 들어 가장 적은 9분 출전에 그쳤다. 4점을 올렸고 리바운드는 잡지 못했다.
그래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벤슨을 제치고 성공시킨 덩크는 김종규의 승부욕과 신인의 패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명장면이었다. 다만, 심판의 테크니컬 파울 선언으로 인해 조금은 빛이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