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한자(漢字)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려 한다는 근거없는 보도로 중국 네티즌들이 발끈하고 있다.
신원도 알 수 없는 한국 학자의 ''한반도 한자 발원론''을 전하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한국이 한자를 독점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중국 언론의 어설픈 문화논쟁이 한국과 중국의 감정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발간되는 신쾌보(新快報)는 최근 ''한중문화 전쟁''이라는특집기사를 통해 한국이 한자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쾌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박정수 서울대 역사학과 교수''가 10여년의 연구 결과 한(韓)민족이 한자를 발명한 이후 중국 중원(中原)으로 옮겨가 한자를 중국에 전하면서 지금의 한족(漢族) 문화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한국 정부에 떳떳하게 한자 문화를 복원하고 유네스코에 한자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할 것을 건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 국사학과나 동양사학과 등에 재직중인 교수중에 ''박정수''라는 이름을 가진 교수는 없으며 한국이 한자를 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도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잘못된 보도는 13일 홍콩 문회보(文匯報) 등에도 인용되며 중국 네티즌들의 엉뚱한 분노를 사고 있다. 한국에서 유학했다는 한 중국 네티즌은 한글이 15세기에야 창제됐음을 상기시키며 "이는 중국문화에 대한 도둑질"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나아가 한국을 필두로 한 중국, 일본, 대만 4개국 학자들이 최근 베이징국제한자회의에서 번체자(繁體字.한국과 대만에서 사용하는 정체자)를 기초로 한 상용 표준한자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신문은 또 4개국 학자의 표준한자 합의 소식을 부인하며 "간체자(簡體字)는 중국의 법정 문자로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중국측 대표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중국 언론은 강릉단오제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한국에서 제기되는발해, 한의학, 두유, 풍수지리 등의 한반도론 주장을 시시콜콜 전하면서 중국 문화를 한국에 빼앗기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유교 창시자인 공자나 월나라 미인 서시(西施), 명나라 시기 본초강목(本草綱目)의 저자 이시진(李時珍)이 한반도에서 넘어왔다는 근거 불명의 한국내 주장까지 일일이 소개하고 있다.
한 한국 사학자는 "한국 재야학계에서 동이족의 한자 전래론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학계의 정론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오도된 보도는 양국민 감정을부추기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가 1만2천 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를 꼽으라는 질문에 ''한국''을 선택한 응답자가 40.1%로 일본 30.2%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