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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를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변하지 않는 우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옛 소련의 지도자들이 대머리와 머리가 온전한 사람들이 번갈아 집권하는 것이 그 하나이다.
레닌은 대머리, 스탈린은 검고 진한 머리, 후루시쵸프는 불쌍할 정도의 빈대머리였고 브레즈네프는 불곰이라는 별명처럼 털이 무성했다.
안드로포프와 체르넨코처럼 2년 남짓 집권한 서기장들도 대머리, 털보의 규칙을 묘하게 지킨다.
고르비는 대머리요 옐친은 머리가 온전하고 푸틴은 그 젊은 나이에 간신히 머리를 가리지만 대머리가 분명하다.
영어에도 이런 우연의 일치 같은 규칙이 있기는 하다.
먼저 색깔을 보자. 빨간 색의 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누구나 장미를 먼저 생각한다. 요즘이야 기술이 발달해 흰색, 분홍색 등 여러 장미가 나오지만 고대에는 장미가 붉은 색의 대표였다. 더구나 장미의 줄기에 달린 가시에 찔리면 진짜 빨간 피가 나온다.
''rose''라는 말은 스페인어로는 ''rosa''라고 하는데, 영어에서 ''red''는 스페인어에서는 ''rojo''로 그 어원이 같다.
이처럼 어느 정도 의미가 비슷하면 묘하게 그 철자도 유사한 단어는 많이 있다.
우리가 밥을 먹듯 서양인에게 빵은 중요한 탄수화물공급 식품이다. 영어로 ''bread''는 빵, 먹을 것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빵을 먹어야 힘을 쓰고 일을 하고 생활이 가능하다.
그런데 동물을 번식시킬 때는 ''to breed''라는 말을 쓴다. 사람을 빵을 먹어 힘을 내고 자손을 번성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고대에는 밀이 그렇게 많지 않아 주로 보리로 빵을 만들었는데 ''barley''라는 단어마저 이 음이나 철자가 빵과 유사하다. 이 빵을 미지근한 물에 넣으면 맥주가 발효되니 ''beer''마저도 같은 음식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럼, 포도주는 어떨까? ''wine''은 불어의 ''vin''에서 온 단어인데 고대에는 ''v''와 ''w''가 아직 완전히 분리되기 전이다. 지금도 라틴계 언어권에서는 ''w''를 잘 쓰지 않는다.
포도밭을 ''vineyard''라고 하는데 그럼 포도주가 상하면 무엇이 나올까? 바로 식초가 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얼마 전 포도주를 원료로 한 식초 외에는 ''vino(이탈리아어로 포도주와 식초 모두 같은 단어임)''를 쓸 수 없다는 법을 만들었다 유럽연합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 식초가 영어로는 ''vinegar''이니 포도주는 식초요 식초는 포도주라 하겠다.
우리야 술은 술이요 식초는 식초, 밥은 밥이요 보리는 보리, 쌀은 쌀이니 공통점이 없지만 영어는 그런 면에서는 단어 외우기가 우리말보다는 쉬운 것 아닌가?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