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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가 사력을 다해 오래된 부리와 깃털을 뽑고, 철저하게 변신하여 창공을 박차 오르듯이, 과감한 교육혁신 등을 통해 검찰의 체질과 문화를 바꾸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였습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23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2년 전 취임식 때 언급했던 솔개 이야기를 다시 꺼내 들었다.
정상명 총장은 퇴임식에서 "검찰은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복판에 놓여있다"며 "''진실 추구''만이 존경받는 길임을 명심하고 진실의 칼 하나로 승부를 걸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정 총장은 "공명정대한 자세와 진실에 대한 열정이 검찰의 첫번째 덕목"이라며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유ㆍ불리를 따지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에베레스트 산꼭대기는 눈으로 덮여 있지 않다. 검은 암벽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라며 "진실 추구만이 존경받는 길임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이어 "진실의 칼은 깨끗한 손에 쥐어져 있을 때에만 힘을 가질 수 있다. 청렴하고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야 당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여러분이 입은 검찰 법복은 유리같이 투명하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절제하고 또 절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검찰과 여러분께 작별인사를 드린다"며 "신임 임채진 총장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장은 "오늘로 딱 2년 째가 된다"며 "토요일이었으면 하루라도 덜 했을 텐데 나랏밥이 무섭긴 무섭다"며 "오후에 새 총장이 임명장을 받고 올테니 하루도 비어있지 않게 잘 됐다"며 웃어 보였다.
정 총장은 최근의 BBK 수사와 삼성 비리 의혹 관련 떡값 검사 문제 등 안팎으로 검찰의 어려움이 못내 안타까운 듯 검찰청사를 떠나면서도 그를 배웅하러 나온 수십여명의 후배 검사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라"면서 "국민을 바라보고 힘내라, 국민은 절대로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대검찰청 간부들에게는 "밖에 나간 내가 불안하지 않게 수사 잘해 달라"고 재차 당부하기도 했다.
정 총장은 오른손 엄지를 위로 들어올리며 "화이팅"을 외치고 나서 30년 검사 생활을 마감하는 퇴근 차량에 올라탔다.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스치는 듯, 활짝 웃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
정 총장의 퇴임사처럼 위기에 몰린 검찰이 솔개처럼 사력을 다해 오래된 부리와 깃털을 뽑고, 철저하게 변신하여 창공을 박차 오를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