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스크린에서 혹은 TV 속 이연희(19)는 청순하고 풋풋하다. 유난히 흰 피부와 붉은 입술은 깨끗한 이미지를 발하게 한다.
현실의 이연희는 다르다.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못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도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낯선 사람에게 ''무뚝뚝하게'' 보일 수도 있는 전형적인 ''B형 여자''다.
영화 ''M''을 촬영하며 이연희는 이명세 감독으로부터 연기와 감정에 대해 끊임없는 지도를 받았다. 이해되지 않던 상황도 감독과의 대화로 풀어낼 수 있었다. 막힌 감정이 열릴 때마다 감독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는데 괜히 감독님께 무언가 바라는 사람 같잖아요. 결국 전화 한 통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첫 시사회를 보고서야 감독님께 ''영화 정말 좋아요''라고 문자를 보냈어요."
''미미'' 현실과 꿈의 경계에 선 인물 ''M''은 잊혀진 첫사랑의 추억을 더듬는 영화다.
이연희가 연기한 첫사랑의 주인공 미미는 현실과 꿈의 경계에 선 인물이다. 촉망받는 소설가 민우(강동원)의 꿈에 나타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모호한 상황 속에서 미미를 만나는 민우는 혼란에 빠지고, 이를 지켜보는 민우의 약혼녀 은혜(공효진)의 당혹감도 커진다.
''빛나는 어둠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이명세 감독의 의도가 여러 극적 장치로 표현됐지만, 미미는 시종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밝은 빛을 낸다. 민우와 감정을 나눈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그 빛의 농도가 한 단계 높아진다.
"회상신에서 미미가 미용실 문을 열고 우산을 펴는 장면이 있어요. 민우를 만나러 가며 설레하는 표정을 22번이나 반복해 찍었어요. 우산의 높이나 펴는 속도까지 아주 조금씩 다르게 연기하라는 주문을 받았는데 세심하게 바뀌는 느낌이 어떤 건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죠."
이연희는 ''M''을 두고 "숨은 그림 찾기 같아요"라고 했다. ''스포일러''를 경계하는 관객을 향해서도 "''M''은 결말을 알고 봐야 더 재미있어요"라는 말까지 건넸다. 극적 반전을 숨겨놓은 스토리가 아니라 단순한 구도 속에서 영화가 표현하는 다양한 미장센에 눈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란다.
이연희
"첫사랑을 느끼려면 시간이 더 지나야 할 것 같아요"
영화에서 민우는 잊었던 10년 전 첫 사랑을 어렵게 기억해낸다. 미미는 민우에게 애틋한 첫사랑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잊힌 존재다. 끝없는 꿈에 빠져드는 민우를 침대에서 잡아끌어내며 깨우는 장면은 미미의 슬픔이 폭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연희 역시 이 장면을 첫 손에 꼽았다.
만으로 19살인 이연희는 "미미처럼 누군가의 첫사랑은 되지 못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첫사랑을 느끼려면 시간이 더 지나봐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영화와 자신의 경험을 섞기에는 아직 할 게 더 많은 나이인 탓이다.
극 중 캐릭터인 미미로서, 연기자 이연희로서 각기 다른 마음으로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미미의 입장에서는 "민우와 나눈 아름다운 첫사랑을 봐 주세요"라고 하더니 현실로 돌아와서는 "청순한 이미지 보다는 캐릭터를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라고 했다. 역할로도 연기자로도 인정받고 싶다는 당찬 욕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