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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오지호의 얼굴은 긴장 반 두려움 반이 소주 몇 잔과 더불어 붉게 상기돼 있었다.
주연작 ''칼잡이 오수정'' 마지막 방송이 있던 16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드라마 종방연에 다른 연기자보다 일찌감치 참석해 몇 잔의 술을 들이켜면서 자신의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위장하는 듯했다. 다행히 무사히 끝맺은 것에 자신을 위한 대견스러움의 건배였는지도 모른다.
연초 휘몰아친 광풍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할 뻔했던 순간을 딛고 다시 대중 앞에 나설 수 있었던 지난 몇 달 간과 지금 이 순간의 마무리 지음에 긴 안도의 숨을 짓는 표정이다.
시청률이나 유명세로 본다면 ''칼잡이 오수정''은 ''대박''은 아니다. 하지만 ''못난이 남친''이 왕자가 돼 돌아온다는 코믹한 설정과 엄정화, 오지호의 호흡으로 편안한 인상을 남긴 드라마다.
여느 출연작보다 동료 연기자·스태프들과 훈훈한 정을 나눈 까닭일까, 종방연에서 오지호는 얼굴은 물론 목소리까지 한 톤 높였다. 올해 초 아픈 기억이 있기 전 오지호는 자신을 스타덤에 오르게 해준 ''환상의 커플'' 종방연에서 기쁜 나머지 일어서서 연호를 했고, 고향 목포에서 어머니가 올려 보내주신 ''뻘낙지'' 80마리를 잔칫상에 올렸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환한 얼굴이다.
먼저 상대역을 맡은 엄정화를 두고 장황하게 장점을 설명했다. "이렇게 착한 줄 몰랐다"라면서 "앙탈 한 번 부리지 않고 촬영하는 모습이 놀라웠다"라고 말하며 연방 웃었다.
오지호가 꺼낸 에피소드 중 하나. 이틀 연속 촬영에 지각한 엄정화가 오지호의 휴대전화로 ''20분쯤 늦는데 미안하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당시의 기억을 이야기하면서 "지금까지 이런 배우는 없었다"라며 "늦는다는 이야기를 문자로 받으니까 느낌이 달랐고 오히려 미안했다"라며 상기된 빛을 거두지 않았다.
스태프들과 맺은 끈끈한 우정도 오랜만에 촬영장에 나선 오지호의 마음을 든든히 해준 모양이다. 굳이 묻지 않았는데도 "좋은 사람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자주 연락하며 지내겠다"라는 말까지 했다. 이렇다보니 오지호는 오히려 ''연장방송''을 기다렸을 정도다.
"드라마로 돌아오는 8개월 동안 좋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칼잡이 오수정''은 오지호에게 앞으로의 연기 활동에 큰 자신감을 심어줬다. 올해 초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서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던 그는 용기를 내 선택한 이 작품을 통해 ''배우''의 기분을 맛보는 중이다.
드라마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을 묻자 "드라마로 돌아오는데 8개월이 걸렸고 그 안에 좋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라고 에둘러 밝힌 오지호는 "이제는 배우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얻은 결과물을 잊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간직하겠다"라고 말했다. 배우가 됐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삶의 굴곡과 무늬를 연기 속에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 녹여냈다는 의미일 것이다.
덧붙여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느끼하게 봤는데 이 드라마 덕분에 다행히 그 이미지를 좀 벗은 것 같다"라는 농담도 던졌다.
촬영으로 인해 못했던 야구시합에 나서고, 가족들과의 여행도 계획 중이라는 오지호는 "올해 말에는 휴먼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라는 꿈을 밝혔다. "캐릭터보다 일상적인 이야기가 묻어나는 작품에 욕심을 내고 있다"라면서 "물론 코믹멜로 장르는 계속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 엄정화 · 오지호 ''얼마나 좋길래'' |
여의도의 한 고깃집에서 열린 이날 종방연에는 출연진과 제작진 대부분이 참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테이블마다 술잔이 오가면서 서로의 노고를 격려했다.
다른 출연자들보다 눈에 띄던 남녀 주인공 오지호와 엄정화는 극의 애틋한 분위기를 채 잊지 못한 듯 종방연에서도 ''끈적한'' 정을 드러냈다.
늦게 도착한 엄정화는 몇 잔의 술을 마시고 이미 홍조를 띤 오지호의 볼에 ''기습 키스''를 건네 주변을 놀라게 했다. 동시에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됐다. 순간 당황한 오지호는 선배 연기자 엄정화의 귀여운 장난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연상 엄정화의 애교 어린 기습 키스는 마지막 종방연 장의 분위기를 더욱 후끈하게 달구는 불쏘시개가 됐다.
유지인, 성동일, 강성진, 안선영, 박다안 등 다른 출연자들 역시 이같은 간지러운 주인공 남녀의 닭살 모습에 박수를 치며 서로 어우러지면서 함박웃음 꽃을 피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