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시장
대학 졸업후 대부업 10년# 1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서 대부업을 하고 있는 김남수(가명·47)씨는 대부업 10년 경력을 갖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자영업을 하던중 김 씨는 지난 1996년 중순쯤 지인이 대부업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지인의 권유로 자본금 1억 5천여만원을 갖고 대부업을 시작했다.
김 씨는 처음엔 자동차 담보대출과 일수, 카드깡 시장에 뛰어들어 적지않은 수입을 올렸다. 몇년 사이에 10억원 이상을 굴리는 지역의 중견 사채업자로 자리잡기도 했다. 하지만 사채업을 중단하고 사업에 손을 댔다가 많은 돈을 잃고 현재 다시 사채업을 열고 재기를 꿈꾸고 있다.
김 씨의 하루는 점심을 먹고 난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이유는 부인과 함께 운영하는 자영업이 새벽3~4시에 끝나 오전엔 잠을 자야 하기 때문이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채무자들로 부터 그날 그날 입금돼 오는 돈을 확인하는 것이다. 미입금 채무자들에게 독촉 전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전쟁은 시작된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채무자의 집이나 사무실로 찾아가기도 한다.
김 씨의 고객은 대략 60~70여명에 이른다.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빌려 주지만 대부분 300만~500만원이 주류를 이룬다.
고객층도 가정주부에서 부터 회사원, 공무원, 자영업자 등 다양하다. 이중 가정주부가 30% 정도 차지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채시장 문을 두드리는 가정주부 대부분이 연체된 카드빚을 갚기 위해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사채를 쓰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자율은 보통 년 10부 이상으로 보면 된다"는 김 씨는 "법정이자 66%를 지키는 사채업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높은 이자의 이유에 대해 김 씨는 사채를 쓰는 사람들 대부분이 담보가 없는 것은 물론 저신용자들이기 때문에 대출금의 약 40%정도는 받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돈 받기도 힘들단다. 예전에는 협박은 물론 심지어 폭력까지 사용해 돈을 받았지만 요즘엔 폭력은 커녕 협박도 못한다. 잘못하다가는 쇠고랑을 차기 때문이다.
"사채해서 큰돈을 번다는 것은 서울에서는 몰라도 지역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김 씨는 "고리사채의 수렁에 빠져들면 그것은 곧 파산을 의미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직업 못 밝힐 때 가슴 아파# 2 고교 졸업 후 주먹세계에 뛰어들었던 30대 후반의 A씨는 그동안 특별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5년 전 소규모 자본을 갖고 대부업을 시작했다.
일명 까드깡과 일수 등 닥치는 대로 돈을 굴려 A씨는 얼마전 사채업을 그만두고 조그만한 가게를 냈다. 사채업을 하면서 돈을 제때 갚지 않는 채무자들에게 못된 짓을 하기도 해 한때 감옥에 까지 갔었다.
A씨가 말하는 현재 사업시장에서 운용하는 대략적인 이자율을 보면 일수는 만약 300만원을 빌릴 경우 하루에 3만 9천원씩 100일동안 매일 갚아야 한다. 년 15부 정도의 높은 이자다. 또 일반대출은 500만원을 빌릴 경우 선이자 명목으로 50만원을 뗀 나머지 450만원만 채무자에게 준다. 채무자는 매월 50만원씩 이자를 내야 한다.
일명 대치기(원금잔액과 연체금액을 합쳐 다시 일수로 빌려주는 것)는 이자율이 무려 년 300%나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채업자는 생각만큼 돈을 벌지 못한단다. 이유는 약 40% 정도는 원금을 떼이기 때문이다.
A씨는 큰 아들(초등5년)의 아빠 직업에 대한 나쁜 인식 때문에 사채업을 그만뒀다. 많은 시민들은 현재에도 사채업자를 한마디로 ''도둑놈'' ''상종하지 못할 족속''으로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