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공항운영사와 항공사가 공항에 함께 투자해 초고속 성장을 이루고 있는 공항이 있다. 유럽에서도 최초로 시도된 공항과 항공사의 조인트벤처(joint venture)공항인 독일 뮌헨공항이 그 주인공. 뮌헨공항의 성공스토리는 전적으로 정부의 예산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한국의 공항현실에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고 있다.
부산최초 유럽직항, 루프트한자 부산-뮌헨노선부산 최초 유럽 직항노선인 루프트한자(Lufthansa) 부산-뮌헨 노선. 비록 인천을 경유하지만 부산에서 승객을 태운 항공기가 독일까지 그대로 운항을 하기 때문에 인천에서의 환승시간도 짧고 짐을 중간에 잃어버릴 염려가 없어 특히 이 지역을 오가는 사업가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독일과 부산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로져 프링(Roger Pring) 씨는 "새 노선이 생기기 전에는 독일에서 부산에 오려면 방콕에서 갈아타야 했는데 중간에 짐을 잃어버려 3일 뒤에 찾은 적이 있다"며, "부산-뮌헨노선은 인천을 경유해도 같은 항공기로 운항을 하니 그럴 염려가 없어 좋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아직 부산노선은 손님이 가장 많은 주말에도 탑승률이 40%를 밑돌고 있는 게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프트한자 항공이 부산노선을 운영할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뮌헨 공항이 있다. 뮌헨 공항이 부산과 같이 어느 정도 수요가 있으면서도 다른 공항에서는 취항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
유연성으로 틈새시장 공략하는 뮌헨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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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항공기보다는 중,소규모 항공기로 가급적 많은 도시를 연결하자는 게 뮌헨공항의 차별화 전략이다. 중소규모 도시로 가는 허브를 만든다는 것이다. 부산처럼 처음에는 수요가 낮은 도시에 취항해 승객이 늘어나면 점점 큰 항공기를 투입하고 수요가 충분해지면 아예 경유지를 거치지 않는 직항노선으로까지 키우는 운영의 유연성이야 말로 뮌헨공항이 갖는 최고의 강점이다.
실제 루프트한자 항공사는 부산-뮌헨 노선의 경우도 현재 승객수요 분석을 통해 수요가 충분해지면 인천을 거치지 않는 직항노선을 개설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유연한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공항운영사와 항공사가 함께 공항에 투자하고 운영해 공항이 항공사의 필요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루프트한자 뮌헨공항 허브개발 및 공항운영 담당 슈페텐 하바르트(Stephen Harbarth) 부사장은 "루프트한자가 뮌헨공항 제 2터미널 건립에 전체 시설비의 40%인 4 억 유로를 투자해 공항운영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바르트 부사장은 "이런 형태는 유럽에서도 최초로 시도된 항공사와 공항간의 조인트 벤처로, 항공사가 공항의 건립과 운영에 관여하기 위해서는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항공사-공항간의 조인트벤처로 ''항공사도 공항도 윈윈''
실제로 허브공항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뮌헨공항 제 2터미널의 경우는 루프트한자와 그 동맹항공사들(Star Alliance)에게만 사용이 제한돼 있다. 대신 루프트한자는 공항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부산과 같이 새로운 수요가 있는 노선을 개발할 수 있고, 수요가 많은 곳은 큰 항공기를,수요가 줄어든 곳은 작은 항공기를 투입하는 등 유연한 노선운영이 가능해졌다.
또 항공사의 시각에서 운항스케줄을 짤 수 있어 뮌헨공항은 승객 편의에 맞게 35분이라는 유럽에서 가장 짧은 환승시간을 자랑한다. 유럽의 중소도시로 가기 위해 굳이 복잡하고 큰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찾을 필요없이 뮌헨공항에서 가장 쾌적하고 빠르게 비행기를 갈아탈 수 있게 된 것이다.
항공사와 공항운영사가 함께 손을 잡는 혁신적인 조치로 2002년 이용객이 1천 만에 못 미쳤던 뮌헨공항은 5년새 이용객이 1천 7백만으로 성장했고 한 시간에 90대의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이용객 중에는 부산처럼 다른 공항이 취항하지 않는 노선(특히 동유럽의 도시들)으로 가기 위해 뮌헨공항을 이용하는 환승승객이 절반을 차지해 지금은 세계적 허브공항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위치까지 넘보고 있다.
신청사 건설, 정부예산에만 의존한 김해공항
김해공항
독일의 남부지방에 자리잡은 뮌헨공항이 유럽의 슈퍼 허브공항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위세에 눌리지 않고 성장하고 있는 모습은 부산에 인접한 김해공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해공항도 부산, 울산, 경남과 경북, 대구, 전남지역까지 흡수하며 국제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김해공항 국제선은 현재 10개국 27개 노선에 주당 운항편수가 408회에 달해 이제 국제선 청사가 포화상태에 달했다.
이처럼 국제선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김해공항은 새 국제선 청사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전적으로 국가에 의존해 당초 2005년 예정이던 완공시기가 2년이나 늦어졌다. 이나마도 정치권에 대한 끈질긴 로비전 등 우여곡절 끝에 전체 예산을 받아 냈다.
한때 국제선 청사 건립이 지지부진하자 한국공항공사에서 김해공항의 국제선 청사 건립비용 30%를 투자하겠다는 제안도 했지만 공항건설권을 쥔 건설교통부는 끝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당시 공항에서는 정부가 공항운영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거절했다는 추측이 팽배했다.
결국 김해공항은 늘어나는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물론 국제선 이용객들을 당초계획보다 2년 더, 비좁은 임시 국제선청사로 몰아넣는 불편을 초래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지연비용을 치른 것이다.
정부가 공항건설과 운영에 전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김해공항의 현실에 독일 뮌헨공항의 사례는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