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매거진 2580 홈페이지
"그거 봤어?"
"뭔데…."
"일요일 밤에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 기러기 엄마와 펭귄아빠."
"정말 애들 엄마가 그럴까?"
"일부 얘기겠지."
기러기 엄마들의 외도실태 밀착취재
MBC의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일 밤 9시 45분)이 지난 17일 ''해체 위기 기러기 가정''을 방송한 이후 자녀 교육을 위해 부인과 아이들을 외국에 보낸 ''아빠''들이 서로 심심찮게 나누는 얘기들이다.
이번 방송은 그동안 기러기 아빠에게 맞춰졌던 앵글을 유학중인 자녀와 함께 사는 기러기 엄마들에게 돌렸다. 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생활하는 기러기 엄마의 일상을 전했다.
취재진은 조기 유학생이 가장 많다는 밴쿠버 현지 촬영을 통해 기러기 엄마들의 외도 현장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취재 결과 4년 째 밴쿠버에 살고 있는 한 기러기 엄마는 ''3년 동안 3명의 교민남자와 교제''한 사실과 한국인이 많이 모이는 미국식 캬바레, 골프연습장에서 남녀가 짝을 이뤄 외도하는 현장 등을 방송했다.
이 모씨(밴쿠버 거주 4년)는 "외로우니까 친구처럼 만나려고 처음에 만났고 만나다 보니 애인관계가 됐다. 경치가 좋은 곳이 많아서 드라이브 하고 산책하다가 저녁 먹고 호텔같은데 가고…"라고 털어놓았다.
이 씨는 특히 ''남편이 외도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가끔식 미안하기도 하고 죄짓는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남편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답변, TV를 지켜본 많은 기러기 아빠들의 공분을 샀다.
제작진은 기러기 엄마들의 외도는 언어가 통하지 않거나 남편과 떨어져 외롭게 생활해 우울증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현지인과 유학생의 인터뷰도 빼놓지 않았다.
"저녁이면 와인병 끌어안고 우울증에 시달려" 또 다른 출연자(밴쿠버 거주 1년)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저녁때가 되면 다들 와인병 하나씩 끌어안고 있다. 한국에 버젓이 남편이 있는데 보이프렌드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고 그런 관계까지 간다"고 말했다.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 남편이 보내주는 돈과 친정에서 송금해주는 돈 5억원을 2년 반만에 모두 카지노에서 날린 40대 중반 김모 여인(밴쿠버 거주 3년)의 사례도 소개됐다.
하지만 주제의 민감성 때문에 방송 직후 ''시사매거진 2580'' 시청자 게시판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기러기 엄마부터 교민, 유학생까지 가세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기러기 엄마 박이남씨는 "한국에서 생각도 안했던 나라걱정, 신랑걱정, 부모님 걱정에 열심히 사는데 모든 유학생 엄마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시청자 이은진 씨 역시 "기러기 엄마들 중 자기 컨트롤에 실패해 옳지 못한 길로 빠지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그건 엄마이기 전에 인간이기 때문이다"고 항변했다.
"기러기 엄마들의 탈선은 자기 컨트롤 실패한 일부 사례일 뿐"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조기유학을 가는 곳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밴쿠버 한 지역에서만 이뤄진 취재를 두고도 의견이 뜨겁다.
최병덕 씨는 "기러기 가족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밴쿠버 뿐 아니라 캐나다 다른 지역과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의 사례로 면밀하게 취재해 균형 잡힌 보도를 했어야 한다"며 "왜 한 도시만 취재해 한국의 가족들에게 심적으로 부담을 주는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0년째 살고 있다는 신원성씨는 "LA에서도 기러기 엄마들의 외도 이야기를 들었다"며 "대단한 각오와 인내로 결심하고 온다면 이겨내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한 가정에 치명타가 된다"고 충고했다.
현재 밴쿠버에서 유학중인 차현정(24)씨는 "언어 장벽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는 엄마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남편 몰래 외도하는 엄마들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자녀 조기 유학 꿈꾸는 예비 기러기 가정에 경종" 중요한 것은 기러기 엄마들의 외도 사실이 아니다. 방송에서 전한 기러기 엄마들의 외도나 기러기 아빠들의 사망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유도 실은 무분별한 조기유학 붐으로 인해 나타나는 어이없는 결과다.
유학·이주 전문업체 (주)머피컨텐츠 이응수 사장은 "조기유학을 갈 수밖에 없는 치열한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아쉬움이 크다"며 "현지에서 잘 적응해 열심히 자녀를 교육시키는 부모님들도 많다"고 전했다.
MBC취재기자,"생각보다 현지 상황 놀랍고 안타까웠다. 대부분은 잘 적응" 프로그램을 제작한 ''시사매거진 2580''의 박승진기자는 "9일동안 밴쿠버에 머물며 취재한 결과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상황이 놀라워 많이 안타까웠다"며 "물론 방송에서 전한 내용은 일부의 이야기이고 상당수의 부모님들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후 ''바로 내 얘기''라면서 전화한 아빠도 있었고 조기유학자가 꾸준히 늘어가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이 지적한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번 주제는 공공연한 얘기로 떠돌던 기러기 엄마들의 부작용과 가정 해체 문제의 심각성을 현지취재를 통해 공론화하고 무분별하게 자녀조기 유학을 꿈꾸는 제2의 기러기가정에 일부 경종을 울려줬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짧은 취재기간으로 밴쿠버라는 특정 지역만을 거론, 엄마와 아이들 그리고 아내와 자식을 해당지역에 보내고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곱씹어 볼 대목이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기자 nocutenter@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