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
곳곳에서 ''음악이 장식품이 됐다''는 쓴 말이 들린다. 오롯이 음악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홈페이지의 배경 음악으로, 휴대전화 벨소리로 더 활발히 이용되는 현실을 빗댄 자조다.
아무리 장식품이 된다고 해도 안 들으면 후회할 음악은 존재하는 법. 록의 다양한 변주로 인정받아온 이승열(37)의 새 음반도 이와 같다.
이승열이 2집 ''인 익스체인지(in exchange)''로 돌아왔다. 햇수로 4년 만이다.
1990년대 후반 듀오 ''유앤미 블루(U&Me Blue)''로 활동할 때부터 ''다작''하지 않던 이승열이 조심스럽게 내놓은 새 음반에는 속이 꽉 찬 13곡이 빼곡히 담겼다. 무작위로 어느 곡을 선택해 들어도 후회하지 않을 완성도를 자랑한다.
자신은 부인하지만 이승열은 완벽주의자다. 지난 2005년 작업을 시작해 2년 동안 쉼 없이 이었다. 작사·작곡을 혼자 해내는 다른 음악인에 비해서도 긴 시간이다.
"음악을 추가하거나 더 쓰는데 시간을 보내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쌓은 것으로만 음반을 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덜어내고 또 버렸죠."
흔한 ''사랑'' 보다 ''삶'' 다루며 공감 얻어 이승열의 음악은 흔한 사랑보다 ''삶''을 다룬다. 치열한 20대를 거쳐 30대의 절반을 보낸 까닭일까 이번 음반에서는 유독 여러 빛깔의 삶을 수수하게 그리는 노래가 많다.
이주 노동자의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만든 타이틀곡 ''기억할게''를 시작으로 사는 동안 계속될 성장통을 담은 ''친구에게 나에게'', 아픈 이별을 넘어 운명을 이야기하는 ''그들을 위한 기도'', ''보나 세라(Buona Sera)''까지 소재는 다양하다.
이승열
메시지만 다른 것은 아니다. 곡마다 색다른 매력을 전하는 멜로디와 그에 맞춘 이승열의 목소리는 때론 따뜻하고 때로는 날카롭다.
"노래마다 모티브를 따로 얻지 않아요. 쥐어짤 때도 있죠(웃음). 사실 트랜드는 잘 몰라요. 어느 순간 주류 음악의 흐름을 놓쳐버려서 더는 따라가지 못할 만큼 멀어졌죠."
뉴욕에서 자란 이승열은 1993년 록밴드 H2O의 ''오늘 나는''을 듣다 CD꾸러미를 챙겨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뒤 방준석과 유앤미 블루를 결성해 2장의 음반을 내놨다. 이는 지금도 음악팬의 기억에 생생한 값진 음반으로 평가받는다.
의미있는 음악 작업을 잇는 이승열인데도 "과거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없는 것 같아요"라는 그는 "노래도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새로운 시도를 해도 ''이게 뭐?''라고 가볍게 생각해요"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물론 기회의 확대가 곧 편한 작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승열에게 음악은 변함없는 창작이자 고통이다.
"제 노래는 관리가 필요한 애물단지에요. 노래도, 그 곡을 만드는 저도 위태위태하죠. 무엇인가 빼야 하는데 그게 뭔지 늘 고민해요.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해야 맞겠죠."
"어떤 때는 부끄러워요. 솔로 음반이 이제 2장뿐이니까요. 여럿 선보이고 싶기도 한데 가득 채운 감정을 버리고 없애면서 만들어가는 음악이라 쉬워지지 않네요."
이승열의 음악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음악을 앞에 두고 고민을 계속하는 한 우리는 ''삶''을 노래하는 믿음직한 음악인을 변함없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