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살 소년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6일 아침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4팀에 한 눈에도 앳돼 보이는 남자 아이 하나가 걸어 들어왔다.
''''제가 그랬어요...제가 그 아저씨 다치게 했어요''''
서초구의 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14)군은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A 군은 지난 5일 새벽 3시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같은 반 친구 두 명과 함께 만능키를 이용해 일제 고급 오토바이를 훔치고 있었다.
하지만 A 군이 이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순간, CCTV로 이 장면을 목격한 아파트 경비원 64살 황 모씨가 달려왔다. 황 씨는 A 군의 어깨를 붙잡았고 A 군의 친구 두 명은 황 씨를 보자 줄행랑을 쳤다.
황 씨를 뿌리치고 달아나려 했지만 실패한 A 군은 결국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A 군은 주머니에서 스웨덴산 사냥용 칼을 꺼내들었고, 칼집을 벗긴 뒤 황씨의 배를 찔렀다. 한차례 찌른 뒤에도 황 씨가 어깨를 잡은 손을 놓지 않자 A 군은 다시 한차례 황씨의 배를 찔렀다. A 군은 쓰러진 황 씨를 뒤에 아파트 주차장에 남겨둔 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경비원 황 씨는 간신히 경비실로 돌아와 경찰에 신고를 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황 씨의 수술을 맡은 강남성모병원 측은 ''''황 씨가 조금만 늦었으면 생명이 위독할 수 있었으며 췌장과 십이지장에 심한 상처를 입어 수술 뒤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고 밝혔다.
◆ 돈 뺏기기 싫어 흉기 준비... ''''내 칼은 호신용이다''''
경찰 조사에서 A 군은 ''''항상 허리춤에 칼을 차고 다녔다''''고 진술해 충격을 줬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가방에 넣어 두었으며 밖에 나갈 때는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는 것.
A 군은 ''''학교의 상급생들에게 맞거나 동네 형들에게 돈을 뜯겨와 호신용을 칼을 가지고 다녔다''''고 말했다. A 군에 따르면 중학교에 입학한 지난해 봄부터 몇 차례 동네 형들에게 돈을 빼앗긴 적이 있었고 학교에서도 상급생들이 괴롭혀 호신용 무기가 필요했다고 한다.
A 군은 결국 지난해 11월 의료보험증에 적힌 아버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인터넷 경매 싸이트에 가입한 뒤 2만 오천원을 주고 칼날 길이만 10센티미터가 넘는 사냥용 칼을 구입했다. 그리고 그 칼로 경비원을 찌른 것이다.
◆ 학교 측 교내 ''''돈뜯기'''' 없다...... 경찰, A 군의 말 그대로 믿을 수 없어
하지만 A 군이 다니는 학교측은 학교에서 상급생들이 하급생을 괴롭히거나 돈을 빼앗은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A 군의 담임교사는 경찰조사에서 ''''지난해 A 군이 조그만 칼이나 일명 ''''맥가이버 칼''''을 가지고 온 일이 있어 크게 혼을 냈고 그 뒤에도 몇 차례 검사를 해 학교에 칼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 군이 학교 부근에서 동네 형들에게 돈을 빼앗겨 칼을 준비했다''''고 말하지만 ''''A 군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설사 돈을 뺏기거나 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에 대비해 흉기를 준비한다는 것은 결코 일반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
◆ 어머니, ''''착한 아인데 이혼 때문에...''''
하지만 14살 소년이 6개월이 넘게 학교와 집을 오가며 길이 25센티미터의 보기에도 끔찍한 흉기를 들고 다니는데 부모와 선생님등 주위의 어른들이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A 군은 경찰조사에서 ''''학교에서 친한 친구들은 모두 내가 칼을 차고 다니는 것을 알고 있었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A 군이 학교에 흉기를 가져와 담임교사로부터 지적을 받은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 측이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A 군의 부모도 이혼으로 아이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A 군의 어머니 B(44)씨는 ''''4년 전 이혼을 한 뒤 혼자 애를 키우고 있는데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을 하다 보니 아이를 혼자 둘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A 군의 어머니는 ''''1년 동안 아이를 데리고 캐나다로 어학연수도 다녀왔고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팅 등 아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해줬는데 이런 짓을 할 줄을 몰랐다''''며 눈물을 훔쳤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초경찰서 김돈평 강력4팀장도 ''''A 군을 조사해보니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14살 소년이라면서 어른들의 관심 부족이 평범한 소년을 강도상해범으로 만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A 군이 만14가 돼 형사처벌이 가능한 나이인데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7일 A 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