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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사? 누가 만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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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규의 영어와 맞짱뜨기]

영어

 

미국 대학에 교환교수로 온 한국인을 만난 적이 있는데 동양철학을 전공한 나이 지긋한 분이었다.

모든 강의나 연구를 영어로 해야 하는데 한자는 정말 하늘 천(天)자 하나로도 밤을 새워 설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강연을 해 멋진 한시 실력을 뽐낸 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라는 놈이 자신의 귀를 막고 혀를 잡는다며 한탄을 하신다. 이 분은 그 연세에 고등학생용 영어문법책을 다시 펼치시고 있지만 문법책 내용을 보니 내가 보기에는 이것으로 영어배우기는 다 틀린 것 같다.

수학은 공식이나 계산이 세상사를 설명하는 나름대로의 언어다.

인문과학에서는 용어정리가 언어인데 우리는 일본 메이지(明治)시대에 번역한 문법용어를 그대로 차용한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조동사다. 동사를 도와주는 동사라는 뜻인데 아마 독자적인 뜻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말인 것 같다. 우리가 잘 아는 조동사를 살펴보자. ''would'' ''should'' ''could''외에 나는 ''dare to''를 하나 더 첨가하고 싶다. 이것들에 대해 독자적인 뜻이 없다는 말을 하기 힘들다. 이런 말이 들어가면 문장의 의미와 그 느낌마저 바뀌기 때문이다.

''He wouldn''t say that he love me''라고 하면 ''그는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꺼리는 눈치였다''라는 말이 된다. 내가 보기에 그 사람이 주저하는 것 같더라는 말이다.

''He should go to hospital before it is too late(너무 늦기 전에 병원에 가야 한다)''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말하는 사람에게 병원에 가라고 강력하게 권하는 듣는 사람의 입장이 담겨 있다.

''I could go to school, but I didn''t''이라는 말을 보자. 학교에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지만 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어차피 학교에 가고 가지 않고는 본인이 결정할 일이니 자신의 의지가 담겨 있다.

독재자일수록 주변에 친구보다 아첨꾼이 많은 법이다.

히틀러는 연합군을 프랑스에서 저지하려고 했지만 휘하 장군들은 이 계획에 반대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히틀러에게 이런 의견을 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말은 용기가 없고 히틀러를 두려워한 것을 의미하니 말하는 사람의 공포가 담겨있다. 영어로는 ''Nobody dared to say that to Hitler''다.

우리교과서에서 조동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등장하는 동사를 나는 차라리 ''감정동사''라고 부르고 싶다. 영어에서 뭐라고 하든 일본인이 무엇으로 번역했건 중요한 것은 이 문장을 우리말로 해석했을 때 우리말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변화를 제대로 설명하는 명칭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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