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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벗겨지나 머리카락이 벗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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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규의 영어와 맞짱뜨기]

영어

 

"너 올해들어 머리 몇 번이나 깎았냐?" 중학교 때 영어선생님이 난데없이 던지신 질문이다. "세 번 깎았는데요." "그럼 세 번 죽었군" 하시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머리(head)를 깎는다''고 말하지만 서양에서는 ''머리카락(hair)을 자르는 것''이라고 설명하려 하신 모양인데 조금 아쉬운 감이 든다.

머리카락이 자르기만 하는 것인가? 파마(perm)를 할 수도 있고 머리가 자라다 머리 끝이 갈라질 수도 있고(to split the hair end) 머리가 빠질 수도 있다.

필자도 사람이다 보니 분을 참지 못해 욕설이 입에서 튀어나오기도 한다. 태어나 자란 나라를 떠나 미국이라는 나라에 오니 욕도 영어로 자주 하는 편이다.

미국인들이 문법을 무시하고 자주 쓰는 magic word인 ''fuck''이나 ''shit'' 같은 단순한 욕이 싫어 욕도 만들어낸다. 우리 부모님이 보신다면 "역시 글로 먹고 사는 놈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입이 거친 것이 자랑은 아니다.

그만큼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이 사라지고 상처받은 영혼이 돼 간다는 말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는 "여자가 나이 40이 넘으면 입이 걸레가 된다"고 말한 만큼 사회적으로 소외 받았던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 욕을 발전시켰다는 말이다.

소문난 식당에 가면 손님들에게 욕설을 하시는 욕쟁이할머니들도 그만큼 힘든 세월을 살아오신 것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필자가 가장 많이 쓰는 욕은 "I am going to pill your face up to the head(얼굴가죽을 벗길 것)"다.

보통 ''to pill''은 과일껍질을 깎을 때에나 쓰는 단어로 알지만 무엇이든 가죽을 벗기는 것은 다 가능하다.

얼굴의 피부를 벗겨 머리끝까지 들어올린다는 말이니 내가 만들고도 섬뜩하다.

그런데 전 세계 남성들의 고민인 탈모이야기를 할 때 우리 식으로 머리가 벗겨진다(to pill the head)라고 하면 큰 오해를 받는다.

무엇보다 인디언사냥을 하며 그 증거로 머리가죽을 벗긴 미국인들이 들으면 더욱 상처받을 일이다.

머리가 벗겨진다는 우리 식 표현은 정확히 영어로는 ''His hairline is receding(머리 선이 뒤로 후퇴한다)''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무엇보다 머리가 벗겨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이 벗겨지는 것이다. 또 피부가 뒤집어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의 경계선이 점점 넓어지는 것이니 이치적으로도 더 논리적이다.

인디언사냥을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우리말과 영어를 단어 대 단어로 해석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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