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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본인 의지, 학교 폭력 가해자 책임 아냐" 판결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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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 판결 논란…가족들 "민감한 사춘기 인정 못한 것"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고생의 유가족들이 가해 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판결이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5년 10월 충주의 한 여고에 다니던 고 이혜선 양은 가출 뒤 안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투신 현장에는 ''충주 지역 여고생들로 구성된 ''메두사''라는 폭력써클 학생들에게 시달리는 것이 괴로워 죽고싶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검찰조사 결과 이 양과 같은 학교에 다니던 메두사 회원 A 양이 동료 학생들과 함께 이 양을 집단 폭행한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A 양 등 가해 여고생 5명은 불구속 기소됐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양의 유가족들은 A 양 등 가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가해 학생들의 폭행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이 양의 자살과 가해 학생들의 폭행 사이의 인과 관계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살은 본인의 자유 의지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가해자의 불법 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ㆍ육체적 상처때문에 자살한 경우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자살 행위가 가해자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또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피해자가 ''심각한'' 육체적ㆍ정신적 후유장애를 입어 일상생활에의 기대를 완전히 상실하고 삶을 비관할 정도에 이른 경우라야 가해자의 불법 행위와 피해자의 자살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 양이 유서에서 밝혔듯이 자살의 직접적인 계기가 가해 학생들의 폭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폭행의 정도가 통상적으로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의 수위는 아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가해 학생들이 자신의 폭력으로 인해 이 양이 자살하리라는 예측을 하고 이 양을 폭행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유가족들과 학교폭력피해자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가족들의 변호를 맡은 강지원 변호사는 "재판부가 민감한 사춘기 시절 학생들이 겪는 학교 폭력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재판부가 ''가해 학생들이 폭력을 행사한 횟수나 강도가 일반적으로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지만, 일반적으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은 피해 사실을 잘 이야기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 두 차례의 집단 폭행에도 자살을 저지를 정도로 받는 충격이 대단하다"고 주장했다.

학교폭력 피해자 모임의 조정실 대표도 "가해 학생들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까지 적어놓고 뛰어내린 이양의 죽음에 대해, 가해 학생들의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이 학교내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등학생의 죽음에 대해 가해 학생들의 예측가능성과 인과관계를 인정한 판결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대법원은 "가해자들이 초등학교 6학년밖에 되지 않았더라도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돼 예방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춰볼 때 ''자신들의 폭력이 피해 학생에게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분별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피해 학생의 자살과 가해 학생들의 폭력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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