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원
"본인이 독한 거 알아요?" 기자의 말에 전주원(35·신한은행)이 특유의 시원스러운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신한은행의 포인트가드 전주원은 지난 5일 막을 내린 2007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에서 소속팀의 사상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챔피언트로피는 그냥 들어올린 것이 아니었다. 영광의 상처는 컸다.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진데다 십자인대 부상이 심각하기 때문. 시즌을 마치기 무섭게 일본으로 날아가 정밀검사를 받은 전주원에게 담당의는 "어떻게 이 다리로 뛰었냐"며 혀를 내둘렀단다.
코트에만 서면 독해지는 여자, 전주원을 만났다. 전주원은 무릎 수술을 위해 16일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남편 정영렬씨(36), 딸 수빈(3)과 모처럼만에 인터뷰를 겸한 나들이에 나섰다. 코트 위에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전주원이지만, 가족과 함께할 때는 봄날, 흐드러지게 핀 꽃보다 더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원더우먼과 사는 이 男子의 외조법''
농구에 관한 한 ''프로'' 전주원을 따라올 자가 없다. 전주원은 임심한 상태로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ABC)대회에서 뛰었고, 만삭의 몸으로 신한은행의 전신인 현대에서 코치로 벤치를 지켰다. 출산 후에는 8개월여 만에 몸을 만들어 선수로 복귀했다. 원더우먼이 따로 없다.
전주원
원더우먼과 함께 사는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전주원과 6년 열애 끝에 98년 결혼에 골인한 정영렬씨. 스포츠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는 정씨는 결혼 10년 동안,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받아본 적이 없단다. 그러나 정씨는 불만이 없다고.
"주원이가 집안 일을 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죠. 주원이는 진짜 원더우먼이 아니니까요." ''현명한'' 남편 정영렬씨의 말이다.
내조는 바라지 않아도 외조에는 열심이다. 외조의 기본 원칙은 ''신경 쓰이게 하지 않는 것.'' 아내가 농구 외적인 일에 신경 쓰지 않도록, 봄맞이 집단장은 물론 고지서 하나까지 챙기다 보니 어느새 꼼꼼한 남자가 되어버렸단다.
자신을 먼저 배려하는 남편에게 전주원은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시즌 중에 휴가를 받아도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있어 집에 가기가 쉽지 않아요. 이런 내 맘을 먼저 알고 ''집에 안 와도 좋으니까, 숙소에서 무조건 잘 쉬라''고 말해주는데… 저는 마냥 고맙죠."
남편의 ''끔찍한'' 배려 덕에 전주원은 100여일 동안 열린 2007 겨울리그 기간에 딱 두 번 집에 다녀 왔다. ''대단한'' 아줌마다.
"우리 딸 농구하는 거. 절대 반대죠"
그 대단한 아줌마도 3살된 딸 수빈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모습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와 떨어져 지낸 수빈에게 ''엄마는 농구하는 사람''이다. "엄마, 안산 가서 농구하고 올께"라고 말하면 절대 떼쓰고 우는 법이 없다고. 그런 수빈을 보면 늘 가슴 한편이 아리다.
요즘 수빈에게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농구장 가기''.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 외국선수 이름을 줄줄 외우는데다 남자 농구팀 이름까지 꾀고 있을 만큼 농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그러나 전주원은 수빈에게 농구를 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잘하면 엄마 덕이라는 얘길 들을 거고, 못하면 엄마보다 못하다는 얘길 듣게 될 거잖아요. 수빈이가 전주원의 딸이 아닌, 그냥 정.수.빈으로 살길 원해요."
무릎 수술과 재활을 위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과 두 달간 생이별을 해야 하는 전주원. "시즌 끝나자마자 또 떨어져 있어야 하니 우리 수빈이 한테는 너무 미안하죠. 엄마가 아파서 어디 간다고하면 싫어하기 때문에 안산에 농구하러 간다고 하고 가요." 수빈과 떨어져 있을 생각에 벌써부터 눈가가 촉촉해지는 전주원. 영락없는 ''초보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