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느 나라에서든 과장법은 있는 법이다.
과장이 심한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느니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비난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경험으로는 주로 법대생들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인 것 같다.
그런데 약간의 과장이 없다면 얼마나 인간세상이 메말랐을까?(emotionally dry)
너를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올 것이라느니, 당신 없는 세상은 단팥없는 찐빵이라느니, 고무줄 없는 팬티라고 하는 공치사가 시큰둥하게 다가오는 사람은 그냥 사는 것이 심심해 죽을 지경이라고 고백하시기 바란다.
우리말에 비해 과장법이 적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간단하게 말하는 영어에도 과장법은 있다. 다만 영어의 과장법은 우리말처럼 장황하지 않고 짧은 표현으로 전하는 감정을 다 전달한다.
돈이 많아 주체를 못하는 영국인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자기 집에 방이 130개라는 말을 해 "Are you the richest person in England?"라고 물으니 "Of course, not. First of all, you have to think about Queen and I maybe the sixth(물론 아니고 여왕도 있는데. 아마 한 6번째 정도?)"라고 말해 돈 없는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내가 이야기한 것은 최고 부자가 아니라 그 정도로 돈이 많냐는 말인데 내 과장법을 글자 그대로(literally) 받아들이니 누가 멋대가리 없는 영국인이 아니랄까봐?
영화 ''Love actually''를 보면 아름다운 미국여자를 찾아 무조건 미국을 찾아온 영국인 청년이 미국 아가씨들을 만나 함께 집에 갈 것을 권유 받는다.
이 여성들은 "We are not the richest girls in the world"라고 말하는데 그저 돈이 많이 없다는 의미이지 무조건 미국여자 헌팅에 나선 영국청년에게 아름다운 미국여성들이 돈이 많건 없건 그게 무슨 상관인가?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권태기(ennui)에 접어드는데 그 대표적인 증상이 대화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표현은 ''They are running out of conversation''이라고 하는데 대화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대화가 없을 정도로 말이 뜸해진다는 말이다.
아주 사악하고 나쁜 인간을 표현할 때도 과장법은 등장한다.
우리 전라도사투리처럼 ''허벌나게 나쁜 놈''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영어에서는 ''He can sell his mother(자기 어머니라도 팔아먹을 놈)''라는 말이 등장한다.
과장법은 과장법일 뿐 실제 최고의 부자도 어머니를 팔아먹을 정도로 나쁜 사람은 드물지만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과장법은 짧고 강렬하게 사용해야 영어를 아는 사람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