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 현실주의 역사학자였던 단재 신채호가 남긴 말이다.
나라 잃은 백성을 위해 독립투쟁을 하던 이 역사학자의 눈에 역사는 당연히 투쟁이요, 강자만이 살아남는 아수라장이었을 것이다.
영어는 이런 면에서 상대방을 어떻게 제압할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문법구조를 보유한 언어라고 생각한다.
영어에서 상대를 이기는 무기는 바로 ''out''이라는 말에 담겨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 비교급이라는 형태를 기억한다. ''than''이 들어간 이 문형은 그러나 실제 그다지 많이 쓰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를 다룰 때는 더욱 그렇다.
"나는 당신보다 더 오래 살 것이다"라고 말할 때 "I will live longer than you"라고 말하면 촌스러운 문장이 된다.
''out''을 사용해 "I will outlive you"라고 말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거추장스러운 ''than''이 사라져도 ''outlive''에 ''~보다 오래 살다''라는 뜻이 함축돼 있으니 말이다.
요즘은 ''생존하다''라는 뜻의 ''survive''를 이용해 "I survived my wife(내 아내가 나보다 먼저 저 세상에 갔다)"라고 말한다. 이 말 역시 ''~보다 오래 생존하다''라는 비교급적인 뜻이 있다.
''out''의 위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The enemy outnumbered us(적들이 수에서 우리를 압도했다)''라는 문장을 보면 숫자(number) 앞에 ''out''을 붙여 ''~보다 수가 많다''라는 뜻으로 활용한다.
비슷한 예가 ''over''에서도 보인다. 몇 년 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죄수가 판사에게 총을 난사해 사람들이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자신에게 내린 판결에 불만을 품고 판사에게 석궁을 발사한 우리나라의 모 대학 전직교수는 여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 ''개미다리에 워커''다.
도대체 죄수가 법정에 어떻게 총을 들고 들어갔냐는 질문에 사건담당자는 "He overpowered the guard and took her weapon(간수를 힘으로 누르고 총을 빼었다)"이라고 말한다.
비교급이나 비교급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않지만 영어에서는 이처럼 ''out''이나 ''over''를 이용한 생존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도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전 국민이 일어선 3·1절을 통해 일본은 물론 주변 어느 나라에도 ''overpower'' 당하지 말아야겠다.
그래야 우리의 후손은 다른 어느 민족보다 ''outlive''할 수 있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